8단… 9단… 10단 변속기… 단수 쪼갤수록 성능·연비 ‘高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9단 자동변속기 ‘9G-TRONIC’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BMW 뉴 4시리즈 ‘8단 자동변속기 레버’

- 자동변속기 ‘다단화 경쟁’

1939년 GM 2단 자동변속이후
10단 장착까지 급속도로 진화
현대·기아車 전륜8단변속 개발
쏘나타 뉴 라이즈·K7에 적용

엔진작동 섬세하게 바꿔주지만
단수 높일수록 부피·무게 늘어
효율·합리적 단수 찾는게 과제

현대자동차는 3월 중형 세단 쏘나타(LF)의 디자인을 신차 수준으로 탈바꿈한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했다. 밋밋한 외양을 한층 역동적인 모습으로 뜯어고친 시도가 주효해 같은 달 쏘나타 판매는 7500대를 훌쩍 넘었다. 디자인 변화에 가려졌지만 쏘나타 뉴 라이즈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를 줬다. 2.0 터보 모델에 국산 중형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A/T)를 탑재했다. 불과 8~9년 전까지 중형차에 장착된 변속기 단수는 대개 4단에 머물렀지만 변속기 다단화 경쟁이 가열되면서 국산 중형차도 8단 변속기 시대가 열린 셈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승차감 좋은 차량 개발을 위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 중 어느 하나 기술 발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가장 핵심 요소를 꼽자면 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엔진과 엔진에서 나온 힘을 전달해주는 변속기(transmission)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변속기는 단순히 기어 단수를 바꾸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엔진 작동 영역을 바꿔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단수가 늘어날수록 엔진 작동 영역이 보다 섬세하게 나뉘어 주행성능과 연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각 업체는 다단화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변속기는 크게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로 나뉜다. 수동변속기는 말 그대로 운전자가 엔진회전수(rpm)에 맞춰 순차적으로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변속기를 말하고 자동변속기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로직(논리)에 따라 차 스스로 변속을 이뤄내는 변속기를 뜻한다. 1939년 GM에서 처음으로 2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이후 수많은 진화를 거듭한 끝에 1980~1990년대 4단 자동변속기가 보편화됐고, 2000년대 이후에는 5단 자동변속기를 시작으로 6단, 7단 등으로 변속기 단수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부 완성차 브랜드의 경우 10단 자동변속기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고 11단 변속기 특허를 출원한 업체도 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기어가 계속 늘어날지는 쉽사리 단정 짓기 어렵다. 기어 단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변속기 부피와 무게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완성차업체는 변속기 다단화와 동시에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상한선을 찾기 위해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독자 개발한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방식 8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고 2012년 기아차 K9에 처음 양산 적용했다. 이후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 EQ900 등 고급차를 중심으로 전자식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확대 적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 완성차업체 세계 최초, 변속기 전문업체(아이신, ZF) 포함 시 세계 3번째로 개발한 전륜구동(앞바퀴 굴림) 방식 8단 자동변속기를 기아차 신형 K7에 처음 적용하고 이후 현대차 신형 그랜저에도 탑재했다. 현대·기아차는 8단 자동변속기를 중대형 세단 및 레저용 차량(RV) 등에 확대 적용하는 한편 최근에는 10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완성차업체 가운데 높은 단수의 변속기 적용에 적극적인 곳으로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를 꼽는다. FCA는 최근 출시된 지프 레니게이드와 체로키, 피아트 500X 등에 모두 동급 최초로 9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9단 자동변속기의 많은 기어비를 통해 10~15% 연비 개선 효과는 물론 고속주행 시에도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해 정숙성도 높였다는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S클래스와 E클래스, C클래스 등 주력 모델에 기존 7단 자동변속기를 토대로 자체 개발한 차세대 9단 자동변속기 9G-트로닉을 채택하고 있다.

BMW는 신형 5시리즈를 비롯한 주력 모델에 ZF에서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타 브랜드에서 9단, 10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현재 적용 중인 8단 자동변속기가 BMW 모델에 최적화되어 있어 8단을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M은 올해 말 중국 출시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포드와 공동 개발한 전륜 9단 자동변속기를 처음으로 탑재할 계획이고, 혼다는 지난 3월 10단 자동변속기 생산에 돌입해 2018년형 올 뉴 오딧세이에 최초로 탑재할 예정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