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r Story >장애인 극단 1호 ‘휠’, 年최대 30차례 공연… 장애인 배우 절반 이상이 이곳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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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극단 1호 격인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은 한국 장애인 연극계를 지켜온 산증인이다. 2001년 12월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한 모임이 꾸려졌고, 2002년 휠이 정식 극단으로 출범했다. 2002년 9월 첫 워크숍 공연을 하고, 2003년 2∼3월엔 정식 창단 공연까지 해냈다. 휠이란 이름은 단원들과 논의를 거쳐 정했다. 보통 장애인을 상징하는 표시에 휠체어 그림이 들어가니까, 장애인 극단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골랐다.

10여 명의 장애인 단원과 상임 연출가를 포함, 3∼4명의 비장애인 단원으로 구성된 휠은 1년에 적게는 10차례, 많게는 30차례씩 공연을 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한 달 이상의 연습시간이 필요한 만큼, 거의 쉴 틈 없이 1년을 보내는 셈. 휠이 공연하는 작품은 주로 장애를 주제로 한 창작극이다. 모든 단원의 아이디어를 취합해 소재 선정부터 각본 작업, 연출까지 극단 내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송정아 단장은 “휠을 시작할 때 벤치마킹할 만한 극단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장애인 연극의 발전이 더뎠다”고 회상했다. 휠에 앞서 시각장애인 극단 ‘소리’가 있었지만, 휠을 창단할 즈음 이미 문을 닫았다.

휠은 현재 남아 있는 장애인 극단 중에선 최장수 극단인 만큼, 장애인 연극계에서 위상이 남다르다. 매해 장애를 주제로 창작된 연극을 공연하고, 연극아카데미를 통해 장애인 배우를 길러내 장애인 연극이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운영되는 장애인 극단 배우 중 휠을 거쳐간 배우들이 과반이다. 장애인 극단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송 단장에게 조언을 구하러 직접 찾아오는 이도 많다. 휠의 뒤를 이어 한동안 줄을 이었던 창단의 맥은 끊겼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장애인 극단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아직도 장애인 연극의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게 송 단장의 인식이다. 송 단장은 “장애인극단의 목표는 단지 유명 배우를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예술이 ‘장애인만의 예술’로 규정되고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경험이 많은 휠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