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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5일(水)
‘실패한 경제대통령’ 피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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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대통령이 되면 누구나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때 상황에 따라 교육, 문화, 안전 대통령 등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그 종착지는 경제 대통령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느 나라나 대동소이하다. 어떠한 논쟁거리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설 수 없다는 만고 진리의 소산(所産)이다.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되기란 쉽지 않다. 험로를 헤쳐 나가다가도 불쑥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엎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치적을 남겼지만 외환위기로 실패한 경제 대통령의 대명사가 됐다. 외환위기를 잘 넘긴 김대중 대통령도 카드대란으로 공명(功名)을 잃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통’답지 않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딱하게도 한 달여 후 꽃가마를 탈 대통령은 임기 내내 가시밭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 당선 직후 경제 실체를 접하면 “이게 뭐야”하고 경악할 게 분명하다. 어쩌면 자신이 꿈꿔온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도 해보기 전에 경제 실패 앞에서 무릎 꿇는 ‘최악의 경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한국 경제를 휘감은 채 걷힐 기미조차 없는 짙고 넓은 안개 때문이다.

대내외 여건을 둘러보자. 외신들은 요즘 10년 만에 글로벌 경제에 봄이 왔다고 야단이다. 그 전령사는 미국이다. 트럼프노믹스로 무장한 미국은 성장률·고용률·금리 등이 두루 호조세다. ‘잃어버린 20년’ 늪에서 허우적대던 일본 경제도 ‘U자 회복’에 성공했다. 기업마다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들은 직장을 골라 취직할 정도다. 유로존과 인도 등 일부 신흥국도 꿈틀댄다. 하지만 전문가 다수는 여전히 이런 흐름을 일시적으로 본다. 세계 경제의 침체 근인이 수요 아닌 부채인 만큼 낙관론은 성급하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수출 등 일부 지표가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세풍(細風)이다. 춘풍을 가로막는 대륙 고기압대는 도널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중국 사드 경제보복, 브렉시트, 국내 정치 리스크 등 사방에 형성돼 있다. 미 금리 인상 속 정부·기업·금융사·가계의 과(過)부채는 최대 뇌관이다. ‘가계부채·자영업·부동산’ 3각 편대는 동시다발적 연쇄 폭탄의 뇌관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현안은 잠재적 대재앙이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소득 양극화는 시한폭탄이다. 정치 환경도 반(反)경제다. 유력 조기 대선 주자들은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내걸며 기업을 표심의 제물로 삼는다.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현 4당 체제에서는 다른 3당의 협치 없인 어떤 국정도 주도해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실패한 경제 대통령을 피할 길은 없는가. 있다.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새겨야 할 4대 수칙(守則)을 제시한다.

우선, 취임 즉시 국민과 솔직한 소통을 통해 경제 상황 인식부터 공유해야 한다. 기업·정치권과의 소통도 필수다. 사대(射臺)가 흔들리면 목표물을 정조준할 수 없는 법이다. 둘째, 폭풍우가 불어닥치기 직전 먹구름이 몰려오면 집에 들어앉아 지붕·창틀을 점검하는 게 옳은 처신이다. 좋은 날에 대비해 체력 단련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국 경제가 그래야 할 시점이다. 그러니 당장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해야 한다. 가계에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라고 용기 있게 말해야 한다. 후보자 때 표심 노린 망국(亡國) 공약을 쏟아냈다면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전면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허버트 스타인 교수는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새 대통령이 출현하면 모든 게 가능할 것만 같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국민을 설득해 더 크고 지속적인 국익을 위해 희생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셋째, 기업 하기 편한 나라를 만드는 데 진력해야 한다. 기업이 신나고 활기차야 성장도 하고 투자도, 일자리도 는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신성장 동력의 보고(寶庫) 4차 산업혁명 주체도 기업이다. 정부도 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한껏 보장해줘야 한다. 끝으로, ‘이전 정부 것만 빼고는 다 좋다’는 식은 절대 금물이다. 그런 유아적 작태로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차기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만은 용도 폐기해선 안 된다. 대통령 임기는 있어도 대한민국 임기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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