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엉터리 통계>“중국發 영향 과소평가… 국내 대책만 치중해 시간·노력 낭비”

전문가들, 무능한 정부 질타

“中먼지 이동경로 연구 안돼…
차량 2부제로 막을 일 아냐”

국가 기본통계 오류가 중차대한 정부 정책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세·초미세먼지의 중국발 영향을 과소평가, 문제 해결의 근본 지점을 외면한 채 겉도는 대책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만 제대로 됐어도 중국발 요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외교적 협력·공동 연구 등의 해결책을 강구했을 텐데 시간과 노력만 낭비했다는 의미다.

환경법 전문가들도 5일 “대기환경 대책의 기초가 되는 초미세먼지 데이터 처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중국발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중대 실수로 이어졌으며 미세·초미세먼지 저감대책도 국내 오염원 대책에만 치중하는 왜곡현상이 벌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부의 데이터 오류와 함께 중국발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면밀한 재조사를 통해 대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환경법 등을 연구하는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령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은 중국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소 교수는 “법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인정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2014년 한국과 중국 정부가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그동안 결과를 보면 내용이 없다”며 “현재 중국 내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만 확인했을 뿐, 한국으로 이동하는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1월 대기 질 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최근 나타난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모두 중국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구가 자전하는 한 서풍을 받는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차량 2부제를 한다고 하는데, (통계 오류로 확인된 것처럼)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2부제로 막을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대책을 보면 답답하다”면서 “다시 면밀히 검토해서 대기정책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기 수원대 에너지환경공학과 교수는 “측정자료는 중요한 기초자료로 그 자료에 기초해 대책을 세우는 만큼, 이번 오류가 백령도만의 문제인지 다른 유사한 측정소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농도 분석에만 그치지 말고, 대기에 포함된 화학성분 등을 분석해 배출원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는 화학분석 측정소도 현재 수도권에 집중됐는데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