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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6일(木)
지브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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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향해 남북으로 뻗어있는 길이 5㎞, 폭 1㎞ 남짓한 영국령 반도. 기껏해야 여의도 면적 80% 정도인 이곳에 다시 분쟁의 긴장이 일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헤라클레스 기둥’으로 불렸고, 711년 타리크 이븐 지야드가 7000명의 이슬람군을 이끌고 북아프리카에서 이곳으로 상륙하면서 자발 알타리크(아랍어로 ‘타리크의 산’이란 뜻)로 명명됐다. 그 후 이것이 현지 발음과 섞여 지브롤터로 변형됐다.

지브롤터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지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곳을 막으면 지중해는 바다가 아닌 호수가 돼 버린다. 지브롤터는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개입한 영국에 의해 점령돼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영국 영토가 된다. 그리고 지브롤터는 수에즈 운하와 함께 대서양∼지중해∼인도양을 잇는 과거 대영제국의 생명선을 지키는 전략 요충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북아프리카에서 로멜 전차군단에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지브롤터를 통해 지중해 제해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육로를 통한 지브롤터 점령 계획을 세웠으나, 프란시스코 프랑코 당시 스페인 총통이 길을 내주지 않아 무산된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이 지브롤터 영유권 문제를 브렉시트 협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영국 마이클 하워드 전 보수당 대표는 “36년 전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가 포클랜드 제도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보냈던 것처럼 테리사 메이 총리 역시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제2의 포클랜드 전쟁론’으로 맞섰다. 메이 영국 총리는 일단 “대화를 해 나갈 것”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메이 총리도 “분명히 장시간의 논의가 될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스페인이 지브롤터 반환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9년부터 1985년까지 16년간 교통과 통신을 끊는 ‘지브롤터 봉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오랜 평화를 누려온 유럽인들은 전쟁이란 적어도 유럽에선 다시 있을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이며, 지정학은 이제 통하지 않는 낡은 이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1990년대 유고 내전이 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은 동유럽 이야기로 서구와는 관계없는 일로 치부하곤 했다. 그런데 휴가 갔던 지정학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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