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후보 ‘盧사돈 음주사고 은폐’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도덕성과 정직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이 여전한데, 문 후보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 사돈의 음주 교통사고가 은닉됐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드러났다. 문화일보가 5일 보도한 ‘사돈 배병렬, 음주 교통사고 야기’ 문건에 따르면, 당시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 만취 사고를 은폐했음을 보여준다. 작성 기관은 ‘민정수석실, 민정1비서실’로, 시점은 2003년 4월 24일로 적시돼 있다. 사고 당일에 작성된 이 문건 내용은, 배 씨가 경남 김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임모 씨 승용차와 정면 충돌한 사실 설명과 함께 사고 수습을 위한 대책까지 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2개월 만의 일이다. 이 때 이 사건은 공개되지 않고 묻혔다.

2년10개월 뒤인 2006년 2월 이 사건이 보도되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음주 운전 사실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청 감찰을 통해 음주 사실이 확인된 뒤에는 “사전에 몰랐고 사건 무마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사건 발생 당시에는 은폐하고 무마하려 했으며, 보도 뒤에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문건에는 또 사고 당시 배 씨가 “○○○과 내가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는 등 고성을 지른 것으로 나와 있다. 또 ‘명일 술이 깬 뒤 상대 운전자에게 사과하고 차량 수리비를 변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음주 자제 권유 등이 긴요함’이라는 ‘조치 및 건의’도 있다. 민정수석실이 경찰에 무마를 부탁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불법성까지 짚어볼 문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문건이 공개된 이후의 해명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다는 점이다. 문 후보 측은 “확인해 보니 이호철 당시 민정비서관이 당사자 간에 원만하게 합의한 걸로 보고 자체 종결처리했다고 한다”며 “문 후보는 2006년에도 언론보도 이후에 관련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장인이 연루된 사건을 담은 문건이 민정수석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돼야 정상이다. 어느 쪽이든 문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은폐·조작·거짓말은 용납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