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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7일(金)
에세이집 펴낸 김중식 시인 “제약 많은 이란에서 글 쓸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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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행 중 포즈를 취한 김중식 시인. 2012년부터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3년여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산문집을 펴냈다.
이스파한의 블루 모스크(사원)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 김중식 지음 / 문학세계사

“시와 정치가 양립할 수 있느냐고요? 글쎄요. 1980년대 순결한 영혼이었던 20대의 저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공무원으로 밥벌이하면서는 절필한 것이고요. 하지만 그동안 한 인간으로서 성장했고, 지난 두 번의 혁명(4·19 혁명과 1987년 6월 항쟁)에 대한 경험을 통해 제 내부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시 시를 쓰게 됐고, 이젠 갈등하지 않습니다.”

등단한 시인에게 ‘유효기간’이란 게 있을까.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고 1993년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로 치열한 시대정신과 깊이 있는 문학적 상상력을 보여줬던 김중식(50) 시인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이란(페르시아)의 곳곳을 누비며 쓴 여행 에세이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문학세계사)를 통해서다. 첫 시집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그동안 김 시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방랑자로, 시인으로, 기자로, 공무원으로 삶의 다양한 경로를 지나왔다. 첫 시집을 낸 후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상실감에 절필하고 방황했다. 그 시절 젊은이들의 고독과 패기였다. 1995년엔 신문사에 입사해 10년여 기자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몸과 마음이 지쳐 2006년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그에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고, 생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2007년 국정홍보처에 들어가 공무원으로 변신, 노무현정부의 교육 및 경제 정책사를 정리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대통령 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다. 시인으로서 대통령 연설문을 쓴 사람은 아마도 그가 처음일 것이다. 해외 경험도 했다. 2012년 3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 일했다. 문학과는 거리가 먼 삶의 연속이었다.

“2007년 어쩌다 공무원이 된 후로는 거의 창작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에 가면서 시와 산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여러모로 제약이 많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의 생활이 저에게 자연스럽게 글을 쓰도록 한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이력만큼이나 책에는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단순한 지역 소개가 아니라 이란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인문서의 성격이다.

선사시대의 고도인 야즈드부터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페르세폴리스, 중세의 시라즈와 근세 사파비 왕조의 수도 이스파한을 거쳐 현재 수도 테헤란까지 연대기 순서로 소개했다. 최적의 동선 대신 역사의 흐름을 따랐다.

김 시인이 보고 겪은 이란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란이 서구 중심주의 역사의 피해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동에서도 특이한 나라라는 점이다. 페르시아는 동서 문명을 융합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유럽의 그리스·로마에 꾸준히 맞섰던 까닭에 서양인에게 기괴한 나라로 비쳤다. 또 이란은 중동 지역의 아랍 국가와도 전혀 다르다. 이란의 주요 민족은 아리안족이고, 아랍인은 셈족이다. 종교 역시 이란은 소수파인 시아파 이슬람이고 아랍은 수니파 이슬람이다. 이란에서 지역 분쟁이 그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두 얼굴의 이란이 있습니다. 낮에는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지만 밤에는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여성에게 히잡(머리 스카프)을 강요하지만 누구나 자유를 꿈꿉니다. 3년 반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겐 ‘아프리카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이란의 문화와 유산을 한국에 알리고 싶었어요.”

김 시인은 올 연말에는 두 번째 시집도 펴낼 예정이다. 아마도 시인으로서 진정한 컴백이 될 것이다.

“시인이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시집 3권 정도는 내야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60∼70편쯤 썼는데 나머지 2∼3편이 힘드네요. 첫 시집이 나를 바라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새로 나올 시집은 세상 밖으로 향합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 같은 걸 얘기하게 될 것 같아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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