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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7일(金)
정신질환 범죄자 10만명당 33명… 일반인의 절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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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으로 정신병동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해 살인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이탈리아인 로베르토 쥬코를 소재로 동명의 연극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조현병 환자’강력범죄 현황과 대책

‘증상 있으면 처벌 경감’ 오해… 기소율 되레 더 높아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에서 고교를 자퇴한 A(17) 양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세 여아를 유괴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큰 충격을 줬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A 양은 우울증이 악화해 조현병(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았으며,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남역에서 무고한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었음이 밝혀지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치료 및 보호조치 확대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 조현병(調絃病)이란

사고의 장애나 감정, 의지, 충동 따위의 이상으로 인한 인격 분열 증상이다. 전형적인 정신과 질환으로 망상과 환청, 언어 와해, 정서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원래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지만 ‘분열’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2011년부터 병명이 바뀌었다.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처럼 환자가 혼란스러운 증세를 보이는 데서 병명이 유래했다. 뇌 속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이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치료법으로 병세가 호전되기도 하지만, 통상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화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와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환자에게 여러 증상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인 환청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 주변에 아무도 없거나 주위 사람들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귀나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한다. 청년기에 많으며 내향적인 성격이나 비사교적, 공격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일어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치료는 어떻게 하나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를 연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조현병은 뇌 신경계의 질병이므로 약물치료가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의의 견해다. 불안·집착·불면·환각·망상 등 대부분의 인지 기능 장애 증상은 꾸준히 약물을 투여받으면 쉽게 나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질병이 반복해서 재발할 때에는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도 더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면 재발 가능성은 약 4분의 1로 떨어진다. 설사 환자가 복약 중에 조현병이 재발하는 경우에도 투약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증상이 훨씬 가볍기 때문에 약물의 증량 등으로 빠른 호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환자나 가족 등 주변인들이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서로 격려하고 잘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3. 조현병 환자는 범죄율 높은가

조현병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피해망상이 심해지거나 사회적 고립이 길어진 환자의 경우 가족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다. 미국 뉴저지주립대 연구팀은 폭력 행동을 보이는 조현병 입원환자 중 28%가 발병 이전인 소아기나 초기 청년기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가 5년 이상 꾸준히 약물치료를 유지할 경우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고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도 일반인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4년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총범죄자 171만2435명 중 정신질환 범죄자는 6265명으로, 전체의 0.4%에 불과하다.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2만5065명 중에서도 정신질환자는 654명(2.6%)에 그쳤다. 2015년 대검찰청 통계를 봐도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자 수는 68.2명에 이른 반면, 정신질환자의 이 비율은 33.7명으로 절반에 못 미친다.

4. 인천 A양도 조현병 환자인가

경찰은 8세 초등학교 여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A 양이 조현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환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의사소통이 둔화하는 등 언어·행동체계의 와해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른 A 양의 경우 조현병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A 양에게 반사회적 인격 장애나 다중인격 증상이 동반돼 살해·시신 유기라는 끔찍한 범행을 했으며, A 양이 사건 전날도 병원을 찾았던 점을 볼 때 A 양을 조현병 환자로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A 양이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꿈인 줄 알았다’고 진술하는데, 이 역시 조현병 환자들이 종종 현실과 꿈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증세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현병이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A 양은 10대 초반부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확인됐다. 이는 망상이나 환청 등 본격적으로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 우울감이 반복되는 조현병의 선행 증상으로 풀이된다.

5. 국내 대표적 조현병 사건은

지난해 5월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됐던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범인이 남녀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뒤이어 들어온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해당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 13일에는 경기 화성시 향남읍에서 조현병 환자인 서모(25) 씨가 길 가던 20대 여성을 100여m 정도 따라가 흉기를 휘두르고, 같은 달 15일 인천 연수구에서는 30대 조현병 환자가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마구 발로 차 숨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일에는 지난해부터 조현병 치료를 받던 20대가 강남 한복판의 은행에서 대낮부터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히는 등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온전하지 못한 정신 상태로 저지른 범행 행각은 다양하다.

6. 정신질환자는 처벌 피할 수 있나

일부 범죄자들은 정신 질환 증상을 부풀려 형사 처벌을 피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재판과정에서의 정신감정 결과에 따라 형사 처벌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경이 정신감정을 하며 범행 시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조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되는데 대검찰청의 ‘2015 범죄자 처분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강력범죄자의 기소율은 49.9%로 전체 강력범죄 기소율(47.8%)보다 높았다.

7. 전 세계 조현병 환자 비율은

조현병은 인구의 약 1%에게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지리나 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일정한 비율로 나타난다. 세계 각지에서 실시되고 있는 조현병 역학연구에서는 1000명 당 3∼10명 사이의 유병률이 보고되는데, 국내 환자는 약 5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은 환자 수도 많지만 환자마다 다른 증상을 보여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약물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가족과 주위 사람의 이해가 특히 중요한 이유다.

8. 해외 대표적 조현병 사건은

약 20년 동안 남편, 시어머니, 집주인, 단짝 친구 등 12명을 죽인 60대 여성이 감옥 대신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이 여성은 연쇄 살인·시체 훼손·유기 등의 혐의로 201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조현병 진단을 받고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12월에는 소말리아 출신의 한 남성이 영국 런던 레이턴스턴 지하철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종신형에 처해졌다.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조현병 범죄도 있다. 1981년 이탈리아에서 양친을 살해해 존속살해죄 10년형을 선고받은 로베르토 쥬코는 조현병을 이유로 정신병동 감옥에 투옥됐다가 형기를 5년 남기고 탈옥해 살인과 강간, 납치 등을 저지른다. 이후 프랑스 유명 극작가인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는 이를 본떠 ‘로베르토 쥬코’라는 희곡을 남겼다.

9. 법 개정 따라 환자 대거 퇴원?

오는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조현병 환자가 대거 퇴원하면서 사회 불안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보건법 개정안)이 5월 말 시행되는데 비자발적 강제입원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신병원 강제 입원요건은 기존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혹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경우’ 중 1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서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강화됐다. 따라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의료계 일각에선 현재 입원 환자 4만2210명 중 약 1만5000명이 한 번에 대거 퇴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강제입원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자해·타해 위험’ 기준이 ‘잠재적인 자살·자해 위험’ 그리고 ‘타인에 대한 심리적인 위협감’ 등으로 비교적 폭넓게 설정돼 있으므로 퇴원 환자는 3000명 이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 조현병 환자 격리 인권침해는

조현병 환자의 사회 복귀 대신 격리에만 치중한 해법은 인권 침해라는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5년 만들어진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에 관한 조항(제24조)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됐다. 2013년 11월에는 갱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던 60대 여성이 자신의 자녀들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헌법재판소에 정신보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고 영화 ‘날, 보러와요’ 등에서도 강제입원 문제를 다루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해당 조항은 2015년 9월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정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5월 말 시행되는 개정 정신보건법에서는 강제입원 진단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담당하고 이 가운데 1명 이상은 국공립병원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신질환자가 입원치료 또는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어야만 한다. 여전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학계에서는 “140명에 불과한 국공립병원 전문의들이 연간 23만 건이 넘는 강제입원 판단을 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준영·김기윤·김수민·김현아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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