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골프는 심판 없는 종목… 기술보다 룰·에티켓이 먼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사랑은 향기를 품고 산천은 울긋불긋 사랑의 향기를 내뿜으며 우리를 유혹한다. 수많은 시인이 자연을 노래하고, 골퍼들은 오늘도 페어웨이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구나.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벌타를 받은 미국의 렉시 톰프슨이 단연 골프인 사이에서 화제다. 시청자 제보로 4벌타를 받은 톰프슨은 연장에서 유소연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규정은 규정이다. 억울해도 지켜야 하는 것이 골프룰 아닌가” “전날 위반한 규정인데, 그것도 시청자 제보에 의해 우승이 바뀌었으니 너무 가혹하다”로 의견이 나뉜다.

시각의 차이에 따라 입장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골프룰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순간순간에 룰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룰을 잘 지킨다고 자랑하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면서 독배를 들었다. 고대 로마의 법률은 매우 엄했다. 골프룰은 따듯한 시각에서 보면 가혹하다 못해 지나치다. 그래서일까, 미국과 영국의 골프 관련 단체는 2018년부터 억울한 룰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경주는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나뭇잎을 건드렸다며 스스로 벌타를 요구했다. 허석호는 일본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직전 연습 스윙이 소나무 잎에 살짝 닿았다는 시청자 제보로 벌타를 받고 우승컵을 놓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프로 테스트에서 한 출전자는 소나무 밑에서 주머니의 공을 슬쩍 내려놓는 소위 ‘알까기’를 하다가 마커에게 발각된 적도 있다.

억울하더라도 철저하게 룰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를 배울 때부터 잘못 길들여져 룰을 자연스럽게 위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프로들도 아마추어 시절에 밴 습관 탓에 ‘슬그머니’ 룰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나돈다.

신지애는 이렇게 지적한 적이 있다. “골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스탠스다. 그런데 많은 골퍼가 슬라이스와 훅 방지를 먼저 배우려 한다.” 신지애의 말처럼 기본보다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게 속성이다. 골프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골프의 기초는 룰과 에티켓을 숙지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종목이다. 골퍼의 양심을 존중하는 ‘자각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룰을 잘 지키는 것은 곧 모든 문제 제기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