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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07일(金)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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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이번 대선은 동영상을 3~4배속으로 보는 것 같은 ‘시간 압축’ 선거다.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 4개월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3개월 전에 확정됐던 데 비해, 이번엔 한 달 남기고 후보들이 선출됐다. 공약과 역량 검증 등 모든 것이 휙휙 지나가 버릴 것이다. 의혹을 적당히 뭉개며 버티기도, 여론 조작도 더 쉽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진 쪽은 그만큼 더 억울하고, 흔쾌히 승복하기도 어렵다.

이번 대선의 승부는 근소한 표차로 갈릴 것이다. 100만 표차 이내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유권자들은 늘 선거일에 임박하면 예측불허의 평형을 만들어 낸다. 지난 제18대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표차는 108만여 표, 제16대 노무현-이회창 때는 57만여 표, 제15대 김대중-이회창의 경우엔 39만여 표였다. 엄청난 표차가 났던 이명박-정동영의 제17대 대선만 예외였다. 노무현 정권 말기 상황에서 재집권의 가망이 없었고, 이 때문에 투표율이 63%로 뚝 떨어졌다. 표차가 적을수록 불복(不服) 움직임은 커진다.

이번 대선에서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고, 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 인센티브보다 디스인센티브가 큰 ‘단일화의 딜레마’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연대가 성사되려면, 후보를 포기하는 쪽은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고, 단일후보 쪽은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서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상수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보수 주도권 경쟁과 1년 뒤 지방선거에 더 관심이 있다. 후보를 양보하는 순간 정당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문·안 후보 역시 이들과 연대하면 더 많은 호남표와 개혁 지지층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런 구도로 계속 간다는 것은 어느 정파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대선 뒤 극심한 정치 혼란을 예고한다.

이번 대선이 끝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는 계속된다. 이미 대통령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촛불로 대통령도 몰아낼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툭 하면 탄핵 시위가 벌어진다. 특히 태극기 시위대는 눈에 불을 켜고 새 대통령의 잘잘못을 노려볼 것이다. 그때쯤 수의(囚衣) 신세의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서게 된다. 다음 정부는 축복보다 이런 참담함 속에서 출범한다.

이번 대선 직후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지만 정치 불안의 시작이기도 하다. 문·안 누가 당선돼도 기존 여당은 야당이 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당시 야당이 어떻게 정권을 흔들었는지, 광우병 파동부터 탄핵 사태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이자까지 붙여 돌려주려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선명 경쟁을 벌이고, 집권에 실패한 다른 야당도 가세한다.

이번 대선 뒤에는 국회선진화법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총리 임명동의안과 장관 후보 청문회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정부 개편은 더욱 어렵다. 3당 합당 식의 ‘대선 후 연대’를 시도할 수 있지만 야당이 불응할 것이다. 약체 정부에서 고역을 분담하느니 비판세력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이것이 대선 과정과 그 직후에 벌어질 상황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누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대선 뒤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안보·경제 난제들로 첩첩산중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대선 이후 난국’까지 고려해 지지자를 선택해야 한다. 문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은 여기에 대한 답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대청소’ ‘부역자’ 등 독선과 편 가르기를 앞세우면서 기존 지지층만으로 선거에 이기고 국정을 이끌 수 있다는 오만으로 비쳤다. 다급해지면 ‘제2 DJP’ 방식으로, 적폐라고 불렀던 세력과도 손잡는 ‘뉴문재인’ 플랜이 가동될지 모른다. 안 후보 역시 의석 40석의 국민의당으로는 국정 주도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전략으로는 타당성이 있지만, 역시 오만하게 들린다. 안풍(安風)을 다시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조정기도 각오해야 한다.

대선은 1표만 이겨도 100%를 갖기 때문에 선거 막판에 별의별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관건은 국가를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일이다. ‘정당 연대’가 어렵다면 국정 역량과 정치력을 함께 보여줄 인재 중심의 ‘예비내각’ 경쟁도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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