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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0일(月)
大選후보 ‘경제외교 역량’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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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미·중 정상은 지난 주말 국제 정치·안보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키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다. 오죽하면 정상회담이 열린 리조트 이름을 빌려 ‘마라라고 전투’라고 했겠는가. 회담 전리품을 놓고 양국의 득실 계산이 분주한 사이, 장외에서 국제 원자재는 널뛰기했다. 이처럼 국제 정치·안보와 경제는 정상 외교전(戰)이란 수레의 두 바퀴와도 같다. 한 바퀴가 헛돌면 수레가 흔들리고 전복될 수도 있다. 정치 충돌의 배면에 경제 마찰이 있듯이, 정치 회담에 관한 실질적 독법이 경제외교다.

사실 우리의 경제외교는 지난해 9월 국정농단 사건 파장이 커진 이후 올스톱 상태다.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불공정 무역의 주범으로 몰아붙여도, 중국의 비관세 장벽이 나날이 높아져도 정부는 ‘대꾸’를 못했다. 무역은 상대가 있는 것이라서 섣부른 대응이 장기적으론 낭패를 부를 수 있고, 다자 무역룰에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최고정책결정권자인 국가 정상의 ‘메시지 발신 중단’ 상태였다는 점이 뼈아팠다.

시장에 신호를 주면서 공감의 폭을 넓혀 동맹 전략 구사를 가능하게 하고, 국가 신뢰도 평가에서도 한몫한다. “중국은 환율조작의 ‘그랜드 챔피언’”이라거나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일갈이 아무런 생각 없이 나온 것은 아닐 터다. 이게 실제 정상회담에서 제대로 먹혔는지는 따져볼 문제이지만, 그가 이를 통해 회담 주도권을 쥔 것은 분명했다.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벌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정상적인 메시지 발신자로서 기능하고 있었다면 중국이 그토록 치졸한 행태까지 보일 수 있었을까. 저마다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 정도로 인식하거나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탓했지만, 경제 보복의 역작용과 반(反)호혜성을 짚어내는 정상의 설득 메시지가 없었던 것도 우리의 약점이었다.

경제외교의 실종은 우리 기업의 해외 활동도 적지 않게 제약했다.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인적 네트워크를 쌓거나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는 것 등이 모두 정상의 순방외교에서 진행된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일행에는 지멘스, BMW 총수가 포함됐다. 이번 시 주석의 방미 첫 일정은 양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이었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등 중국 기업인과 팀 쿡 애플 CE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프 베저스 아마존 회장 등 미국 기업·투자자의 비즈니스가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첫 순방지인 미국을 시작으로, 2016년 9월 마지막인 라오스까지 집권 4년간 26번의 해회순방에 나섰다. 그때마다 대중소기업을 망라한 경제사절단을 꾸려 새로운 수출과 수주의 활로를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국정 공백과 집권기간 단축에 따라 사후관리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했다. 지난해 히잡까지 쓰고 사상 최대 경제사절단을 대동했던 이란에선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으나 트럼프 등장 이후 정세변화로 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중국 대체 시장으로 공들인 인도나 아프리카에서도 획기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존 경제단체들을 제쳐두고 정부가 직접 나서 경제사절단을 모집했다가 최순실 씨와 연루된 일부 기업들의 특혜 시비까지 일었다. 공(功)과 함께 과(過)도 적지 않게 기록될 순방외교사(史)가 될 듯하다.

5·9 대선에서 등장할 차기 대통령은 실종된 경제외교의 새판짜기를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유력 주자들의 공약에서 경제외교 전략과 네트워크 구축 방안은 죄다 ‘빈칸’이다. 정치·안보외교에서 더불어 생기는 부산물 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글로벌 경제외교는 데뷔 초반 ‘아마추어리즘’에 아량을 베풀 만큼 한가하지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줄 정도의 여유도 없다.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야 그중 하나라도 건지는 전쟁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막전막후가 전해질수록, 한국 경제외교에 불안감만 커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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