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식 교수의 반려동물 이야기>人命 구한 개썰매 기리는 ‘1600㎞ 극한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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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함께하는 스포츠로는 올림픽 정식종목인 승마경기가 대표적이지만, 개와 함께하는 스포츠도 여러 종목이 개발돼 있다. 그중 개썰매는 북극 지역에서 오랫동안 현지인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개썰매 경주로도 발전해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1932년 동계올림픽에서는 임시종목으로 진행된 바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경기로 알려진 ‘아이디타로드’라는 개썰매 경주는 매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다. 1973년에 처음 개최됐으나 그 유래는 1925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베링해에 인접한 소도시 놈에 악성 디프테리아가 유행해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앵커리지까지 공수된 혈청을 놈까지 옮겨갈 방법은 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영하 50∼60도의 추위, 심한 눈보라와 강풍, 천지가 하얗게 돼 방향감각을 상실할 수도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때 용감한 썰매꾼 10여 명이 자원해 100여 마리의 시베리아허스키와 결사대를 이뤄 1600여㎞ 떨어진 놈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 5일 8시간 만에 혈청을 무사히 옮겨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를 기리기 위한 아이디타로드는 경주에 참가하는 선수와 개 모두에게 극도로 위험한 일이기에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지만 매년 동절기인 3월에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결승선인 놈까지 가는 세계 제일의 개썰매 경주가 됐다. 지금까지 아이디타로드의 우승기록은 점차 단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혈청을 옮겼을 때의 5일 8시간의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경기에서 근래에 3년간 연속으로 우승한 여성 선수가 있었는데, 그 우승 비결을 묻는 말에 “개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잘 안다”고 답했다 한다. 반려견과 보호자 사이에 사랑으로 맺어지는 신뢰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명언이다.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