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영화 ‘로즈’, 혼돈의 아일랜드… 사랑을 지키려 삶을 내던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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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는 ‘사랑’이다. 모든 영화에 사랑이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은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때론 깊은 슬픔에 빠져들게 한다.

짐 셰리든 감독의 신작 ‘로즈’(사진)에서 표현한 사랑은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하는 ‘의지’다. 이 영화에는 험난한 세상에서 거칠게 살아가며 용기 있게 선택한 자신의 사랑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삶을 송두리째 내던진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절한 상황이 이어지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눈부실 정도다. 또 내내 영화적 긴장감을 유지하며 적절한 반전의 맛도 전한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여인이 “나는 내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독백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1943년 아일랜드의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별하고, 홀로 남겨진 이 여인이 50년 동안 처절한 삶을 살아온 사연을 풀어낸다. 병원이 호텔로 재건축하게 되면서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병원을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한다. 그곳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로즈를 설득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그린 박사(에릭 바나)가 찾아온다. 그린 박사는 로즈가 성경책에 빼곡히 써놓은 일기를 보며 젊은 로즈(루니 마라)의 기구한 사연을 접하게 된다.

아일랜드 작가 서배스천 배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 등을 만든 셰리든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을 통해 혼돈의 아일랜드 역사 속에 숨겨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애틋하게 펼쳐냈다. ‘캐롤’로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할리우드 배우 루니 마라와 영국 연기파 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로즈의 50년 삶을 자연스럽게 이어내며 큰 울림을 전한다. 여기에 호주 출신 에릭 바나의 진중한 연기와 영국에서 떠오르는 스타 테오 제임스의 강렬한 연기가 더해져 묵직한 작품이 완성됐다.

아일랜드의 자연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을 배경으로 아일랜드 전통 음계를 기반으로 만든 음악이 깔리며 로즈의 굴곡진 삶이 더욱 구슬프게 다가온다.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