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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2일(水)
주꾸미 양념무침, 30초 데친 주꾸미 ‘양념 샤워’… 氣가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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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데쳐 쫄깃한 주꾸미와 아삭한 채소 등이 칼칼한 양념에 버무려져 탄생한 주꾸미 양념무침. 보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주꾸미, 3 ~ 5월 맛·영양 최상
원기회복에 좋은 타우린 풍부
신진대사 돕고 중성지방 낮춰

새콤달콤 소스 1 ~ 2시간 숙성
오이·양파 등과 버무리면 끝


벚꽃이 밤조차 환하게 밝힐 정도로 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봄이 되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꽃이 피고 들에 냉이와 쑥이 올라오고 산에 나물들이 새순을 내비친다. 이에 질세라 바다에서도 봄을 알리는 해산물이 가득하다. 주꾸미, 꽃게, 도다리, 멍게 등등…. 제철에 나는 식재료는 대자연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어 먹는 이에게 건강과 활력을 준다.

그중에서도 주꾸미는 봄철의 대표적인 해산물이다. 그래서 미식가들은 주꾸미를 ‘바다의 봄나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꾸미는 날이 풀리는 3월부터 봄 햇살이 절정인 5월까지 맛도 영양도 최상이다. 이맘때면 쫄깃한 살맛도 일품이지만 먹통에 밥알처럼 알이 꽉 차 있어 알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머리의 알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주꾸미를 ‘밥알이 든 낙지’라는 뜻의 ‘이다코’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꾸미 이름의 유래가 별도로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주꾸미를 ‘죽금어(竹今魚)’라 적고 있다. 이 죽금어가 주꾸미의 어원이 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주꾸미는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에서는 ‘쭈깨미’, 경상남도에서는 ‘쭈게미’로 부른다. 보통은 ‘쭈꾸미’라고 된소리로 발음하는데 ‘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데 낙지와 비슷하나 몸집이 더 작고 다리(팔)도 짧다. 춥고 밝은 것을 싫어해 한겨울 바다 밑에서 지내다가 봄볕이 따뜻해지면 연안으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 충남 서천의 마량항, 홍원항 앞바다에는 주꾸미잡이 배들이 많다.

언젠가 아이들과 주꾸미 낚시하는 배를 탄 적이 있다. 소라 껍데기가 한가득 실려 있었는데, 주꾸미 잡는 도구들이었다. 통발(가는 댓조각이나 싸리를 엮어서 통같이 만든 고기잡이 기구)의 몸 줄에 60㎝ 정도 간격으로 소라 껍데기를 달아 놓았다.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포획 방법으로, 이를 ‘소라방잡이’라고 한다.

주렁주렁 매단 소라 껍데기를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히는데, 어두운 곳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들어가는 주꾸미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주꾸미를 한자로 ‘구부린다’는 뜻의 쭈그릴 ‘준(준)’자를 써서 ‘준어(준魚)’라고 하는데, 생장 특성이 이름에 반영된 셈이다.

주꾸미는 안강망(물고기를 잡는 데 쓰이는 긴 주머니 모양의 통그물)을 사용해 잡기도 하는데, 작은 어선에서 하는 전통 방식의 소라방잡이가 주꾸미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이런 방법을 고안해 낸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봄철 주꾸미는 산란기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 다량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으로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피로 해소와 원기 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많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은 피로해소제나 자양강장제 등 드링크 제품의 주 성분이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낮춰주고 신진대사를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타우린이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가 들어 있다고 하니, 주꾸미를 ‘타우린의 왕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주꾸미는 날씨가 잔잔하고 물이 맑을 때 잘 잡힌다. 화창한 날 봄나들이에도 그만이다. 주꾸미 낚시를 온 다른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꾸미를 하나하나 건져내는 모습이 하도 진지해 살포시 웃음이 났다. 이런 소소함이 재미고 사는 낙이 아니겠는가. 선상에서 잡은 주꾸미로 끓여 먹는 라면도 별미다. 아이들과 후후 불어가며 먹다 보면 ‘별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끓여 먹을 땐 주꾸미 알 속이 뜨거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뱃사람들은 참기름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산주꾸미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주꾸미와 함께 먹으면 좋은 식재료로 돼지고기를 추천한다. 주꾸미의 단백질 성분은 열을 가할수록 수축현상이 심해져 육질이 질겨지는데, 지방 성분이 많은 돼지고기와 조리하면 식감이 부드럽다. 주꾸미의 타우린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줘 돼지고기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궁합도 잘 맞는다.

주꾸미는 전골이나 샤부샤부로 먹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바로 찍어 먹어도 좋다. 탕, 찜, 구이, 볶음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살짝 데쳐서 갖은 야채를 넣고 버무려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봄철 주꾸미 양념무침은 영양과 맛이 최고인 주꾸미에 오이, 양파 등 싱싱한 야채와 새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주꾸미를 손질해 끓는 물에 30초간 살짝 데쳐 놓고, 양념장과 버무려 주면 된다. 하얀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내면 그 향과 멋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밥 위에 주꾸미 양념무침을 적당히 올려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주꾸미 비빔밥이 된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꾸미 맛이 낙지보다 더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다. 5월이 넘어가면 주꾸미가 깊은 바다로 이동해 어획량이 줄고 살이 질겨져 맛도 떨어진다. 봄 향기 물씬 나는 4월의 식탁, 주꾸미 양념무침과 함께 도란도란 건강한 밥상 대화를 나눠 보길 권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

주꾸미 10마리, 파 1/2개, 오이 1/4개, 배 1/6개, 양파 1/3개, 쪽파 3개, 참깨 약간, 양념장 재료(고추장 3큰술, 고운 고춧가루 1/2작은술, 설탕 1과1/2큰술, 다진마늘 1/2큰술, 국간장 1작은술, 물엿 1/2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만드는 법

1 주꾸미 머리 틈새로 먹통과 내장을 제거하고 밀가루를 이용해 문질러 깨끗하게 씻어 손질해 둔다.

2 고추장, 고운 고춧가루, 설탕, 다진마늘, 국간장, 물엿, 참기름, 깨소금을 모두 혼합해 1∼2시간 숙성시킨다.

3 오이, 양파, 배는 0.5㎝로 채 썰고 쪽파는 0.2㎝ 링으로 썰어 준다.

4 주꾸미는 30초간 데친 후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다.

5 데친 주꾸미를 준비한 양념장과 야채를 넣고 함께 버무린다.

6 버무린 주꾸미는 접시에 보기 좋게 담고 그 위에 쪽파와 참깨를 뿌려 준다.



조리 Tip

1 주꾸미는 빠른 시간 안에 살짝 데쳐야 부드럽고 맛이 좋다.

2 주꾸미를 소금으로 씻지 말고 밀가루를 이용해 씻으면 더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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