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집단토론’ 인터뷰>문재인 “한반도 운명 우리가 결정한다… 美·中협상 구경꾼 안될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홍익대 부근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의 집단토론 인터뷰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재벌개혁의 핵심, 지배구조 개편 아닌 기업 생태계 복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의 원인이 되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면서 “미국부터 방문해 북핵의 완전한 폐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안보관이 불안한 후보’라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문 후보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문 후보는 대선 결과를 예측해 달라는 질문에 “가짜는 절대로 진짜를 이기지 못한다. 국민은 진짜 정권교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진짜 정권교체 대 가짜 정권교체’의 프레임전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로 읽힌다. 인터뷰는 일요일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홍익대 부근의 한 카페에서 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집단토론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추가 취재를 거쳤다. 문 후보 측에서는 공약과 정책을 성안한 교수들이, 문화일보 측에서는 대선자문교수단이 참석했고,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의 사회로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허 선임기자 = 문 후보의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 우려를 어떻게 불식할 건가.

△문 후보 = (북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당선되면 미국부터 가서 북핵 해법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내겠다. 약속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 같은 도발을 벌이면 자멸만 있을 뿐이다.”

△본보 박철희 교수 = 사드 배치 여부를 다음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이 나올지 궁금하다. 또 북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다음 정부에서 구체적인 해법은 뭔지 궁금하다.

△문 후보 = 사드 배치 문제는 주권적 결정사항이다. 사드 문제는 기본적으로 안보도 지켜내고 경제에 관한 국익도 지켜내는 두 가지를 다 함께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바람직하다.

△본보 박철희 교수 =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미·중 접근방식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책을 들고나와 압박 제재를 강화하려고 하고, 중국은 대화 협상을 통해 풀자고 한다.

△문 후보 =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가 주체가 돼야 하고, 더 이상 미·중 간의 협상에 매달리는 이런 식의 구경꾼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

△허 선임기자 = 박 교수의 질문은 사드 배치에 대한 결론을 늦출수록 논란이 생기고 중국의 보복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후보 = 그러니까 내가 집권하면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특히 사드의 근본 원인인 북핵의 완전한 폐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처음부터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어렵다면 북핵의 동결, 즉 추가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는 동결을 1단계로 하고, 그다음에 완전한 폐기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보 박철희 교수 = 한국이 방관자가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미국에서는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노선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제재와 협상을 같이해야 한다며 투 트랙을 외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주도는커녕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있나.

△캠프 김기정 교수 = 대신 답변하겠다. 새 접근법이 있다. 첫째, 우리의 외교가 더 넓은 공간을 가져야 한다. 남북관계와 대화 통로에서 우리가 숨 쉴 공간을 갖고 있어야 미국 혹은 중국과 이야기할 수 있다. 둘째, 북한 문제의 마지막에 비핵화를 푸는 ‘비핵화 출구론’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셋째,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북한을 시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본보 박철희 교수 = 그렇게 하려면 남북 간 인터페이스, 즉 남북 채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김정은 정권과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러면 미국과 갈등이 생길 텐데.

△캠프 김기정 교수 = 워싱턴의 입장은 필요하다면 제재를 강화해야 하나 제재 자체만으로는 해법이 안 나온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우리도 같은 입장이다.

△허 선임기자 = 짚고 넘어가자. 지금은 제재 강화 및 동참이 필요한 국면인가 그렇지 않은가.

△캠프 김기정 교수 =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거나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문 후보는 더 이상 핵실험을 하면 북한 정권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는 발언도 했다. 그러나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으론 대화 국면을 이끌어낼 수 없다.

△허 선임기자 = 북한 도발이 계속돼 미국이 대북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외과수술식 타격)’나 ‘디캐피테이션 스트라이크(decapitation strike:참수(斬首) 공격)’를 협의해올 경우 수용할 수 있나.

△캠프 김기정 교수 = 일단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군사행동은 한국과 반드시 사전 협의가 돼야 한다. 협의 전에 결정할 수 없고, 그건 국민한테 물어보고 해야 할 것 같다.

△허 선임기자 = 문 후보께 묻겠다. 우리 외교·안보에서 한·미 동맹이 더 중요한가, 미·중 균형외교가 더 앞서야 하나.

△문 후보 =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나. 남북 적대적 대치상황도 그렇고,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한·미 동맹이 외교나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아무도 이견이 없다. 그 기본 위에서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은 북핵을 해결할 외교적 카드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한·중 관계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본보 박철희 교수 =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 후보는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의 합의다, 새롭게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재협상이 과연 가능할까.

△문 후보 =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되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다. 이건 우리만의 요구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요구다. 사실 국제사회의 요구는 더 강력하다. 우리는 위안부라고 표현하지만 국제사회는 그 부분을 ‘성노예’라고 표현하지 않나. 그것은 국제적인 인권 규범에 입각한 요구인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일본에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협상 때문에 한·일 관계를 다 막아버릴 거냐,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은 우리가 일본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되, 일본하고 가까운 이웃으로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해나가는 부분은 별도로 함께 길을 열어둬야 한다.

△허 선임기자 = 민주당 후보로 공식 확정된 뒤에도 지지율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표가 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가는 걸까. 그 표를 다시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 후보 = 이제 경선이 끝나고 후보들 간에 다 함께 하나가 됐다. 인간관계로서만 하나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가치나 철학까지도 다 함께 하나가 되기로 뜻을 모았다. 선대위도 각 캠프가 참여하는 통합선대위로 구성됐다.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 지지자들까지도 전부 다는 아니라도 상당 부분은 우리 지지로 다시 끌어올 수 있다고 믿는다.

△본보 장영수 교수 =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다. 협치 없이는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방안은 무엇인가.

△문 후보 = 선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힘을 합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국회 관계는 당연히 삼권분립이 강화돼야 한다. 국회의 대정부 비판·견제 기능도 강화돼야 하고 사법권 독립도 강화돼야 한다. 이제는 삼권분립이 강화된 가운데 정부와 국회 간의 유기적 협조·대화·타협·협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대통령, 정부와 여당 간에도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집권여당과 긴밀한 협의 체제를 갖추고 나아가 여·야·정이 상시적으로 대화·타협할 수 있는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본보 장영수 교수 = 제왕적 대통령제는 사람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이 바뀌었으니 이제 믿으라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개헌을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문 후보 = 개헌은 지난 대선 때도 이미 공약한 바 있고 지금도 공약하고 있다. 개헌 시기도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하자고 로드맵까지 분명하게 밝혔다. 지금 국회 개헌특위에서 논의한 것은 다분히 정치권만의 개헌 논의였다. 새 정부는 대통령 산하에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논의기구를 만들어 국민 여론을 수렴하면서 국회 개헌특위와 함께 개헌안을 만들 것이다. 국민이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주권적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나는 중앙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이에 못지않게 지방분권 개헌,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개헌, 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 또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중요하다고 본다.

△캠프 김기정 교수 = 개헌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편에 맞춰 총선이 이뤄지면 그 시기에 맞춰 국민의 뜻을 담는 개헌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본보 장영수 교수 = 그 말씀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문 후보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놓고 투표하자고 한 것과 상충한다. 그건 실제로는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본보 권혁주 교수 = 저도 그렇게 이해가 되는데….

△캠프 김기정 교수 =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여의도가 가지고 있는 그 구성, 1987년 체제로 남아 있는 이 선거구제 형태로 국회가 발의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허 선임기자 = 정리하겠다. 문 후보는 개헌과 관련해 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하면서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져야 하고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이 안 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도 안 될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낳는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정교한 입장을 내놔야 할 것 같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문화일보와 문재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집단토론 인터뷰 모습. 왼쪽부터 허민 선임기자,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 후보,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낙중 기자 sanjoong@

△본보 장영수 교수 = 잠깐만. 법을 전공하는 학자 입장에서 문 후보의 정치검찰 개혁론, 수사·기소권 분리론에 대해 묻고 싶다. 사안의 크기에 비해 구체적인 추진 과정의 로드맵이나, 검경수사권 독립의 전제조건에 대한 구체적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

△문 후보 = 구체적 로드맵은 앞으로 정책을 집행할 때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경찰은 이미 충분한 수사력을 갖고 있다. 일부 경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중요한 특수사건 수사라든지 이런 부분이 여전히 검찰의 기능으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충분히 설계하면 된다고 본다.

△본보 장영수 교수 = 한 가지만 더. 국정원 국내 정보 기능을 폐지한다고 했는데, 정보기관의 역할 축소로 필요한 기능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문 후보 = 국정원은 그동안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북·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 정보기관, 한국형 미 중앙정보국(CIA)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또 간첩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국내 정보활동의 빌미가 되어왔던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없애고, 대공수사권은 특별히 국가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하여 대공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본보 권혁주 교수 = 공약을 보니 제일 처음 나온 게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왜 공공부문 일자리인지 설명해 달라.

△문 후보 = 일자리는 대한민국 모든 위기의 근원이다.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청년들의 절망 등 모든 근원이 일자리에서 비롯된다. 일자리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본보 권혁주 교수 = 그런데 왜 공공부문 일자리인가를 물은 거다. 그리고 어떻게 81만 개나 창출할 수 있나.

△문 후보 = 지금 우리는 공공서비스가 부족하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우리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까지만 끌어올려도 일자리 81만 개를 늘릴 수 있다. 예산은 전체 소요를 21조 원 정도로 보는데 해마다 4조2000억 원 정도 들어간다. 지금 연간 고용 부문 예산이 17조 원에 달한다. 해마다 16조 원 정도의 예산이 증가한다. 기왕의 고용 예산에 늘어나는 예산 이런 부분들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이라고 본다.

△허 선임기자 = 권 교수 질문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란 결국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건데, 그건 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자는 전통적인 성장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과연 ‘성장론’은 있는 거냐.

△문 후보 =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드는 게 맞다. 그래서 역대 정부마다 대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든지, 법인세를 깎아 준다든지 등의 여러 방법으로 민간 부분 일자리를 늘리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 일자리를 늘리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계속해서 민간에 맡겨두기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정부와 공공 부분이 주도적으로 노력해서 일자리 문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캠프 김현철 교수 = 후보님 말씀은 일자리는 원래 민간이 만드는 게 맞지만 그걸 기다리기에는 한국의 고용사정이 너무 안 좋고 그래서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 같다. 공공 부문이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을 대겠다는 것이다.

△허 선임기자 = 공공부문 일자리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유인해 낸다는 의미인가.

△캠프 김현철 교수 = 공공부문 마중물로 민간의 성장을 보완하는 거다.

△캠프 김정호 교수 =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과정에서 마중물이 워낙 시급하니까 그런 정책을 같이 내놓는 것이다. 그게 메인(주된) 일자리 창출 방법은 아니다.

△본보 권혁주 교수 = 그럼에도 공공부문 일자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민간의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느냐는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캠프 김현철 교수 = 그건 복지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됐느냐는 질문과 똑같은 거다. 사실 복지는 2차적인 분배고 일자리는 1차적인 분배다. 일자리가 복지보다 더 우선적인 정책인 것이다. 2차적인 복지가 성장으로 연결되는 걸 이해한다면, 1차적 일자리가 성장과 연결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캠프 김연명 교수 = 복지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복지가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인적자원을 키워 이 사람들이 시장으로 들어가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 둘째는 내수를 키워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내수 촉진적 측면이 같이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본보 권혁주 교수 = 그렇다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자리’를 만드는 것인가, ‘일’을 만드는 것인가.

△문 후보 = 일은 이미 필요한데 우리가 그걸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소방관만 해도 그렇고, 경찰관, 군 병력도 부족하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공공서비스 부분에서 수요에 필요한 일자리가 태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그 정도는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허 선임기자 = 4대 재벌 개혁을 얘기하지 않았나. 재벌 체제의 개혁이 아닌 특정 재벌 개혁은 경제 공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구호라는 지적이 있다.

△문 후보 = 그간의 재벌개혁이 정치적 구호였다. 정치적 구호로 끝나지 않기 위해 4대 재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재벌개혁은 재벌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가 함께 성장하고, 국민의 소득을 올리는 ‘국민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재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재벌이 아니다. 4대 재벌부터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면 우리 경제의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다. 중소기업도 살고, 재벌 대기업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허 선임기자 = 후보는 재벌개혁의 핵심을 지배구조의 개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문 후보 = 아니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기업 생태계 복원에 있다.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 것이다.

△허 선임기자 = 문 후보의 성장론이 ‘국민성장’이다. 그런데 거기에 성장론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캠프 김현철 교수 = 국민성장의 개념을 ‘네 바퀴 성장론’으로 이해하자. 지난 60년간 재벌 중심 성장이란 외바퀴 성장을 했는데 앞으론 일자리성장, 복지 쪽 소득주도 성장, 4차 혁명의 혁신주도성장, 재벌개혁과 동반성장, 이 네 바퀴 성장의 축으로 가야 한다. 이게 국민성장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캠프 김정호 교수 = 일자리 창출이란 국가적 어젠다를 실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문 대표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면서 많은 직업이 없어진다는 ‘데스 밸리’에 대응하기 위해 문 후보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고 인재 양성, 인프라 제도개혁, 기초기술 개발 등을 함께 도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허 선임기자 = 그렇게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으신 문 후보가 왜 ‘3D’ 프린터를 ‘스리디’ 아닌 ‘삼디’로 발음했을까.

△캠프 김정호 교수 = 정치 일정도 바쁘고, 전문용어다 보니까….

△허 선임기자 =‘3D’ 프린터는 전문용어가 아니라 상식적, 대중적 용어다.

△캠프 김정호 교수 = 알겠다. 저는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결국 산업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중요하다. 그게 되려면 결국 기초과학이다. 문 후보는 공약으로 과학기술부 부활을 내놨다. 인공지능 시대에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전문가가 부족하다. 문 후보가 이 부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인재육성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본보 권혁주 교수 = 문 후보의 공약을 보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이 나열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 관료들이나 공무원들이 ‘이건 반대요’ 하면서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

△문 후보 = 그래서 국정의 메커니즘을 아는 준비된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동 웃음) 그 메커니즘을 모르면 관료들의 유능함을 이겨낼 수 없다. 그런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어야 관료들이 개혁의 객체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가 돼서 필요한 개혁들을 해낼 수 있는 거다. 공약을 다 이행할 수 있겠느냐 물었는데, 그런 식의 공약에 대한 불신이 저는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잣대로 저, 문재인의 공약을 보면 안 된다. (일동 웃음)

△허 선임기자 = 오랜 시간 감사하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김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