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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2일(水)
합리적 保守의 현실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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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을 가를 최대 요인은 이념 성향이 보수(保守)인 유권자 표심이라는 분석의 설득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강(兩强) 구도를 이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진보(進步) 좌파로 분류되지만, 보수층을 더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수 우파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다자(多者) 대결을 상정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한 자릿수도 넘지 못하는 두 후보 각자 ‘보수 적통(嫡統)’을 자처하며 보수층 지지 확산을 기대한다.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는 ‘홍찍문’,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된다는 ‘안찍박’, 문재인 찍으면 김정은 돕는다는 ‘문찍김’ 등 신조어를 각 후보 측이 퍼트리는 배경도 보수 표심 얻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 보수는 대체로 냉철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어느 의원이 전한 대로 “유승민이 좋긴 한데 그를 찍으면 문재인이 되잖아” 했다는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 민심에서도 확인된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 안보 우선, 평등지상주의 반대와 공정한 경쟁 결과에 따른 차등 당연시 등 보수의 가치에 비춰선 TK 출신이어도 ‘친박(親朴)은 아닌 보수’ 유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지만, 그러기보다는 진보일지라도 보수 가치를 덜 훼손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안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격조를 중시하며 돌출적 행태에 거부감을 가진 합리적 보수로선 홍 후보 선택이 내키지 않게 마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초유의 파면에 이르기까지 패권적 행태에 집착해온 친박은 책임을 통감하고 진솔한 반성·사과와 함께, 노무현정부의 참담한 실정(失政)으로 친노(親盧)가 그랬듯이 ‘폐족’을 자처할 법도 하다. 그러긴커녕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불복하거나 불복을 선동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는데도, 홍 후보는 이들을 감싼다. 한국당에 여전히 엄존하는 친박을 “이제 없다”고 하고, TK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친박 핵심을 참석시켜 “보수의 적자(嫡子) 당선에 힘을 보태겠다”는 연설까지 하게 했다. 또 다른 친박 핵심 의원의 지난 8일 탈당에 대해 홍 후보가 “마지막 친박 탈당”이라고 한 것도 앞뒤조차 안 맞는다. 품격 잃은 막말 시리즈 또한 보수의 가치에 역행한다.

그런 식이니까 합리적 보수는 안 후보 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된다. 사드 배치만 해도 그는 한때 반대했지만 ‘한·미 간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찬성으로 돌아섰고, 국민의당의 반대 당론 철회도 설득해내겠다고 공언했다. “안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갖고,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자강(自强) 안보’를 주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물론 문 후보도 자신의 안보관(安保觀)에 대한 보수의 우려를 씻어내려고 노력은 한다. ‘문재인 대세론’이 꺾이기 전엔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요구했던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를 두고도 그렇다. 안 후보와 초박빙 지지율로 판세가 변하자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고도화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그의 “튼튼한 안보” 진정성을 보수층은 믿지 않는다. 이는 문 후보가 자초한 의구심이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했던 지난 2월 9일 발언도 그중 하나다. 파문이 커지자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과 협의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드러냈던 위험한 안보관·대북관에 본심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비친다. 당시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초청하고,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 6·15와 10·4 선언 정신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어느 나라 대선에서든 지고지선(至高至善) 후보는 없다. 그래도 누군가 당선된다. 올림픽 경기와 달리 은·동메달도 없고, 금메달리스트 한 명만 시상대에 오른다. 그의 이념·가치관 등이 국정 방향과 국민 개개인의 구체적 삶과 직결된다. 최선이 불가능하면 차선, 최악(最惡)을 막기 위해선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합리적 보수의 현실적 선택도 당연하다. 그 표심을 잡겠다는 후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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