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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2일(水)
장미와 장밋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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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예로부터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 그리고 기쁨의 상징이다. 적·백·황·분홍의 꽃 색깔이 보여준다. ‘5월의 여왕’ ‘만화(萬花)의 여왕’이란 수식어도 그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는 사람과 사귄 역사가 길다는 방증이다. 고고학적으로는 3000만 년이 넘는다. 발견된 화석이 증언하고 있다. 관상용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기간은 그 1만 분의 1인 3000년쯤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궁전이나 교회당에 그림으로 장식돼 왔다. 중국이나 서남아시아의 고대 유물이나 벽화에서도 볼 수 있으니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장미’라는 이름이 발견된다. 삼국사기나 고려사 등이 증언하고 있다. 조선 세조 때 문신이자 서화가 강희안은 원예서 ‘양화소록’에서 장미를 가우(佳友)라고 불렀다. 그는 이 ‘아름다운 벗’을 9품계 중 5등으로 분류했다. 너무 낮아 보인다. 당시의 장미는 야생의 들장미, 곧 찔레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945년 광복 이후에 미국 등지에서 들여와 우량종을 개량한 오늘의 서양 장미를 강희안이 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1등으로 매기지 않겠는가. 김영일이 작사하고 백난아가 노래한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하는 ‘찔레꽃’이란 대중가요가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붉은 찔레꽃은 없다. 찔레나무는 흰 꽃만 피운다. 다만, 일부 남도 지방에서는 해당화를 때찔레 또는 찔레라고 한다. 그러니 틀린 가사가 아니다.

장미를 영어로는 로즈(rose)라고 하는데, ‘붉은 색(pink)’을 의미한다. 로즈라는 서양 이름은 꽃의 색깔을 담은 것이다. 한자로는 장미 장(薔)자에 장미 미(薇)자를 쓴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편찬한 의약 서적 ‘본초강목’은, 줄기가 부드러워 쓰러져서 담장에 기대어 자라기 때문에 ‘장미’라고 한다고 했다. 즉, 장미의 꽃 빛깔이 아니라 그 생태 습성을 보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사전에서 장미색은, 꽃잎의 빛깔과 같은 짙은 빨간빛을 말한다. 그런데 이 단어가 장밋빛이란 말로 바뀌면 새로운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된다. 낙관적이거나 희망적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이 용어가 대선 공간에 등장하면 실현 가능성보다는 낙관적이거나 희망적인 결과만 강조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둔갑하곤 한다. ‘장밋빛 공약’이 그것이다.

5·9 ‘장미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장밋빛 공약이 만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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