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sumer >노인은 새로운 소비자 집단… ‘젊은층 위주’ 정책 바꿔야

‘고학력’베이비부머 노년층 진입
피해구제접수 2년새 41.6%P ↑

한국 소비자의 63.8%를 차지하는 ‘고령 소비자’가 소비 활동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노인소비자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노인이 복지나 피해 구제를 받는 ‘피해소비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정부나 기업은 그동안 젊은 소비자에게만 초점을 맞춰 왔던 방식에서 노인소비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최혜경 교수는 ‘월간소비자’ 2016년 9월호 ‘노인소비자 이미지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바라며’에서 “현재 노인소비자는 시장에서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기업이나 상인들에 의해 휘둘리는 ‘피해소비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더 젊은 세대가 노인소비자 집단을 형성하면 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 집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의 ‘제68호 소비자정책동향:고령소비자의 소비생활 및 소비자 문제 특성 한·일 비교’에 따르면 소비자피해구제를 접수한 60대 이상 고령 소비자는 2012년 1654명에서 2014년 2342명으로 41.6%포인트 증가했다. 고령소비자 중 소비자피해 접수에 가장 적극적인 연령대는 60대다.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피해 상황을 보다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하려는 노인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인소비자들이 달라진 만큼 이들에 대한 접근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최혜경 교수는 기고문에서 “개인 간 다양성은 연령대가 늘어날수록 더 커진다”며 “정부나 기업은 노인소비자에게 균등한 정책이나 상품·서비스를 가지고 접근하기보다는 개인의 선택과 만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노인소비자 시장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선 노인소비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차별적 인식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전 인구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바람직한 노인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노인·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이 노인소비자의 특성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나이를 먹지 않고 젊음을 추구하는 게 긍정적인 노화가 아니라, ‘나이 먹음’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