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SNS ‘지인 능욕’ 확산…고소땐 명예훼손죄

전용 계정에 얼굴 등 공개

“이 친구 좀 능욕해주세요.”

청소년들 사이에서 SNS에 주변 인물의 얼굴·이름·학교 등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서 해코지하는 ‘지인 능욕 계정’이 유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0대 전용 ‘지인 능욕 전문 SNS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에 지인의 얼굴 사진을 보낸 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이라고 모함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몸 사진과 합성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지인 능욕 SNS에는 “이 친구가 문란하니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해도 된다”는 등 장난으로 넘길 수 없는 글까지 넘쳐난다.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는 데 익숙해진 청소년에게 보다 강력한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 청소년 지인 능욕 계정에는 앳된 여학생 얼굴과 알몸을 합성한 사진과 함께 “16살 A다. 평소 이상한 사진을 찍고 남자들과 문란하게 논다” “고등학생 B(17)이다. 학교 대표 공식 XX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고교생 C(16) 양은 “지인 능욕계정에 한번 들어가 봤는데, 대상자의 얼굴부터 학교까지 다 공개하면서 능욕해달라는 글들이 있어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 페이스북에서 누군지 한 번 찾아보자는 아이들도 있더라”고 개탄했다. 누군가에게는 한 때의 ‘장난’이지만 인터넷에 강제로 얼굴이 알려진 피해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민식 고려사이버대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과거 학교 화장실에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적던 ‘화장실 낙서’가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비대면성을 만나 확장된 것”이라며 “사이버공간에 한 번 올라온 게시물은 작성자가 지운다고 해도 어딘가에는 저장돼 있어 파급효과가 큰 만큼, 학교나 가정에서 현실을 반영해 강력히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리 장난으로 한다고 해도 피해자가 해당 게시물을 캡처해 고소하면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