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비만치료에만 정신 팔린 정신科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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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시간 짧고 수입 많아
다이어트 클리닉 운영 늘어
식욕억제제·수면제 등 처방
본업인 정신질환 치료는 외면
진료거부 해당 안돼 처벌 못해

정신과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다이어트 클리닉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

거식증 같은 식사장애나 비만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심리 상담을 넘어 최근에는 직접 다이어트 주사를 놔주거나 식욕억제제 등을 처방해주는 형태로 정신과의 업무가 바뀌는 모습이다. ‘본업’인 정신과 진료는 아예 하지 않는 병원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지난 3일 경기 지역의 한 정신과. 평일 오후인데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40여 명이 몰려 북적댔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면 환자들은 순서대로 예진실에 들어가 몸무게와 키 등을 쟀다. 30분∼1시간을 기다려 고작 1∼2분 동안 원장의 진료를 받지만, 다이어트 클리닉으로 유명해진 이 병원에는 지방에서 찾아온 사람도 적지 않았고 외국인도 있었다. 한 환자는 “정신적으로 식욕이 억제돼 다이어트 효과가 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병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물은 신경안정제, 수면제, 식욕억제제 등으로, 2주 치 처방전과 약값은 각각 평균 4만 원이었다. 지방분해 주사는 1회 최대 3만 원. 그러나 정작 이곳에서 정신과 상담은 받을 수 없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우리는 다이어트 전문병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신과 간판을 내걸고 다이어트 전문 병원을 운영하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정신과 다이어트’라고 치자 서울 강남구 등을 비롯한 강원·광주·부산 등 다양한 지역의 병원들이 검색됐다. 여성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카페 등에도 ‘다이어트로 유명한 정신과’ ‘다이어트 정신과 양약 잘 받는 곳’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김주현 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13일 “비만 치료 약물이 신경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물과 비슷해 정신과에서 다이어트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일반 정신과는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다이어트 클리닉은 짧은 시간에 환자 여럿을 볼 수 있다”며 “이는 수입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정신과 병원이 정신질환 진료나 상담을 거부해도 딱히 문제 삼을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법 제15조에는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 있지만,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모호하다. 김주현 대변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약 처방을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응급환자를 외면한 경우 등이 아니라면 정신과 상담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진료 거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