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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4일(金)
‘플랫폼 노동’ 고용 유연성 높아지지만 비정규직·임시직 비중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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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서 상품처럼 노동 거래 … ‘O2O’가 핵심

지난해 타계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가까운 미래에는 직장은 없고 직업만 남는다”고 예측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21세기 경제를 ‘네트워크 경제’라고 선언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이 21세기에는 노동과 소유의 종말과 함께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더불어 수요자가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 물품 등을 온라인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하는 경제체제인 ‘온디맨드(On-Demand) 경제’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도 증가,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일자리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문가들과 학자들의 예측이 플랫폼 노동의 확산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노동의 개념을 근본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1 ‘플랫폼 노동’이란

우리가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그 음식을 배달해주는 이는 해당 음식점의 직원이 아니다. 그는 음식점 사장에게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자영업자, 즉 ‘1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배달 앱에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 사업자가 아닌 누군가가 그 서비스에 응답함으로써 노동력의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디지털 플랫폼은 마치 하나의 시장처럼 상품의 수요와 공급을 매개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플랫폼 노동은 이런 시장의 기능을 하는 플랫폼에서 상품처럼 거래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의 형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노동 형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플랫폼 노동은 1920년대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하룻밤 즉흥 재즈 연주를 위해 흑인 재즈 연주자들을 채용하던 방식인 ‘기그(Gig)’와 비슷한 형태를 보여 ‘기그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불리기도 한다.

2 플랫폼 노동 발생 배경

플랫폼 노동이 확산된 배경에는 ICT 발달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심화한 경기불황이 있다. ICT의 발달은 ‘O2O(온·오프라인 결합) 서비스’ 등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산업 분야의 성장을 불러왔다. 경기불황이 지속돼 시장환경이 급변하면서, 많은 기업이 규모를 줄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다운사이징’과 비핵심·일회성 업무를 프리랜서를 통해 해결하는 ‘아웃소싱’을 병행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시장 유연성을 강조함에 따라 전통적인 고용 계약 대신 프리랜서 형태 계약도 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3명은 프리랜서·단기·임시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플랫폼 노동 핵심 ‘O2O 서비스’

O2O 서비스는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 음식점에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 업체와 연계한 O2O 플랫폼에서 택시를 부르는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특히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한눈에 비교·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오프라인 서비스와 차이가 있으며 모바일에서 시작해 모바일로 서비스가 끝나는 검색 포털 등과도 차이를 보인다.

4 국내 O2O 시장 규모 추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1000억 원에서 2020년 8조7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동 플랫폼 시장에 종속된 근로자 역시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플랫폼 근로자에 대한 조사는 없다. 다만 영국 하트퍼드셔대 경영대학원이 지난해 1월 설문 조사한 결과 영국의 16∼75세 생산가능인구의 10% 이상인 490만 명이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은 14%, 네덜란드와 스웨덴은 각각 12%가 플랫폼 노동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 노동 플랫폼의 국내외 사례

국내 대표적인 노동 플랫폼으로는 배달대행 앱, 대리운전 앱, 가사노동 중개 앱 등이 거론된다. 배달대행 앱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자사 스마트폰 앱을 배달원들에게 깔아주고 배달원들은 앱에서 호출을 받아 음식점과 소비자를 오가며 배달을 대행한다. 국내에서는 불법 논란이 일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성업 중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경우도 배달원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플랫폼 중개를 바탕으로 호출을 받아 움직인다.

6 일상생활에 미친 변화

음식 주문, 대리기사 호출, 숙박 예약, 생필품 구매, 세탁 등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일들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직접 움직이거나 일일이 전화를 걸어 요청해야만 해결할 수 있었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이 같은 일들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해결하는 생활방식을 자리 잡게 만들었다. 변화의 시작은 배달업에서 일어났다. 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배달업의 주된 홍보 방식은 ‘전단지’였다. 그러나 배달 앱 등장 이후 배달업은 40년 만에 사업환경에 큰 변화를 맞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배달을 위해 두꺼운 전화번호부나 상가 수첩을 뒤지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 같은 일상의 변화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배달 중심으로 이뤄졌던 플랫폼 노동은 이제 교육, 헬스 케어, 자동차 정비·수리, 세차, 민원 처리, 카셰어링 등 일상생활의 영역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7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노동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 제공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제공자와 소비자가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배달대행 앱을 운영하는 업체 배달원의 경우 배달대행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다. 이 때문에 최근 근로자 권리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부단장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는 등 산업구조, 고용 형태,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8 노동 플랫폼 시장의 명암

노동 플랫폼 업체가 기존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 시장에 뛰어들 때마다 기존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노동 플랫폼 업체들이 기존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중개 사업자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론도 많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개 사업의 경우 사업의 투명성이 떨어져 시장 규모 측정은 물론 사업자 간 비교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 플랫폼 업체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후생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9 근로자들의 명암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특징은 고용과 노동의 유연성이다. 근로자는 원할 때 일하고, 사용자도 원할 때 고용한다. ICT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프리랜서들은 이전보다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근로자들을 연결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이 노동시장에서 비주류였던 프리랜서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 것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과 임시직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실제 현시점에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 대부분은 법정 근로시간, 고용보험, 최저임금 등의 혜택으로부터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5년 미국 내 우버 기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우버는 이들이 임시 노동직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10 플랫폼 노동의 미래와 과제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상시 연결함으로써 파트 타임 고용 증가 등 고용 형태를 다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미국의 노동 인구 중 약 35%(2016년 기준)인 5500만 명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백화점 종사자 수가 2012년 이후 25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지위는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지위를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처럼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인 특수고용근로자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지위를 새롭게 정립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진영·임정환 기자 news119@
e-mail 정진영 기자 / 사회부  정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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