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유류품 … “사람 먼저 나왔으면”

- 세월호 3주기… 목포신항 표정

“3년간 물 위에 부표만 봤는데
그래도 배가 나와서 다행이죠”
미수습자 아버지 기대 내비쳐

체험학습 가던 고교생들 방문
“모두 꼭 돌아오길” 편지 남겨

“그래도 배가 땅 위로 나왔잖아요.”

꼬박 3년째 팽목항에서 딸 다윤 양을 기다려온 아버지 허흥환 씨는 14일 “3년 동안 이렇게 평온한 바다가 없었다”며 “3년 내내 물 위에 배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만 봤는데 물 밖으로 나온 배를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에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

하지만 3년의 기다림에 미수습자 가족들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경기 안산시에서 이틀 전 전남 목포신항으로 내려온 다윤 양의 언니 서윤 씨는 “3년 동안 배가 많이 상해 처참한 마음도 들었다”며 “부모님은 기다리기보다 버티고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윤 양 어머니 박은미 씨,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 등은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꽉 잠겼다. 가족 일부는 신경섬유종·요통 등 원래 갖고 있던 지병이 부쩍 심해졌다. 이렇다 보니 이날 오전부터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별도 컨테이너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치료해주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한목소리로 ‘미수습자 9명의 조속한 귀환’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를 촬영하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안경과 화장품 가방, 옷(후드집업) 등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가족들은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세월호 거치 현장을 방문해 미수습자 가족과 유족, 선체조사위원회 관계자 등과 수색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학년인 전남 목포 문태고 2학년 학생들도 전날 순천만 체험학습을 가는 길에 목포신항을 찾았다. 2학년 5반 김유빈 군은 “수천 개의 노란 리본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9명의 미수습자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편지를 남겼다. 종교계도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3주기를 앞두고 미수습자들이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도록 기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도철 스님은 3월 말부터 목포로 내려와 매일 오전 8시부터 4시간씩 발원(發願) 기도를 드리고 있다. 13일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미수습자 귀환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15일에는 목포신항에서 시민 304명이 노란 우산을 펼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모양과 숫자 9(미수습자 9명을 의미)를 만드는 퍼포먼스가 열린다.

목포 =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