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적폐 청산’과 安 ‘協治 구상’ 격돌, 국민이 판단해야

후보 등록(15~16일)을 이틀 앞두고 13일 열린 대선 후보 5명의 첫 TV 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적폐(積弊)’ 논쟁을 놓고 또다시 격돌했다. 그 과정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까지 적폐 또는 준(準)적폐라는 식으로 거명됨으로써 선거 구도의 중요한 단층선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문 후보는 적폐 대청소를 내걸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주장을 비판했다.

이번 토론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나에게 적폐세력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입장을 요구했다. 문 후보가 일부 친박 의원들과 우파 인사가 안 후보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적폐 세력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박근혜 정권과 함께한 구(舊)여권 정당이 적폐”라고 답하자 안 후보는 홍·유 후보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고, 문 후보는 “홍 후보는 피할 수 없고 유 후보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후보는 “북한이 촛불 집회에 우호적으로 발언하면 촛불 집회에 나온 국민이 북한과 가깝나”라며 재반박하고, “문 후보 캠프에도 박근혜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사람이 많은데, 문 후보랑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문 후보가 “안 후보가 민주당과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무슨 통합을 얘기하느냐”고 하자 안 후보는 “합당을 못하겠다는 것이지 협치(協治)는 가능하다”고 했다.

문 후보의 적폐 세력 주장은 최근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보수·중도 세력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일어난 현상을 지적한 것으로, 당연히 따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상대방을 지지하는 세력은 모두 적폐라는 식은 독선(獨善)과 이분법적 편가르기 발상으로,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다. 적폐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인 많은 폐단’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나 세력으로 타도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당선되든 모든 정당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내각 구성 및 정부 개편 등의 첫 단추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상대 후보와 정당을 적폐로 규정한다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