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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인세의 골프 인문학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7일(月)
골프 600년의 始原… 중세를 걷는 듯 거리 곳곳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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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슬린 성당 입구.
세인트앤드루스에 가보니…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1시간여 만에 목적지인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공항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목적은 단 하나, 목동들이 골프를 즐기던 그 초원을 밟으면서 600여 년 발자취를 역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골프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듬은 템플기사단의 후손 프리메이슨들이 수백 년 동안 갈고 닦은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세인트앤드루스에서는 2015년 144회 디 오픈이 열리고 있었다. 일생에 한 번 디 오픈을 관람하거나 올드 코스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디 오픈이 올드 코스에서 열리는 해에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축복이자 영광이었다.

에든버러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세인트앤드루스로 향해 나선 시간은 오전 6시. M 90 하이웨이엔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맞은편에서 지나가는 차들로 인해 좌측통행에 어색한 내 손엔 땀이 맺혔다. 눈앞에 펼쳐지는 빛바랜 시골 마을들은 나를 1000년 전 중세로 끌어들인다. 쿠퍼마을에 내려 돌로 조성한 보도를 잠깐 걸었다. 대여섯 마을을 더 지난 뒤 다다른 올드 코스의 전경은 나를 전율케 했다. 북해의 파도가 미역 등 여러 해초류를 밀어 넣어 백사장은 지저분했다. 하지만 범접할 수 있는 백사장이 아니다. 6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부들은 만선의 기쁨을 만끽하며 이곳에 배를 묶은 뒤, 뭍으로 나와 골프를 즐겼다. 아낙들은 50m 정도 되는 백사장 뒤의 초원이 시작되는 구릉지대에 빨래를 널어놓았다. 그 뒤로 1000년 전의 건물들이 시커멓게 그을린 것처럼 자리한 세인트앤드루스의 전경은 시대를 넘나든다.

미국의 더스틴 존스 등 선수들이 퍼팅을 연습하고 있는 첫 홀 앞에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 건물이 ‘엄숙하게’ 서 있다. 나의 안중에 선수들은 없다. 웅장한 돌로 지어진 건물이 나를 흥분시킬 뿐이다. 회원들만 입장이 가능한 곳, 그 안에서 프리메이슨이자 젠틀맨스 멤버가 모여 수백 년간 골프를 발전시키지 않았던가. 10m 남짓한 길 건너엔 600년의 발자취를 간직한 박물관이 웅크리고 있다. 새로 꾸며진 박물관 내부는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소 어둡고 좁은, 답답한 내부였지만 진열장 안에 장식된, 책에서만 보던 희귀한 골동품들은 보물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골프 600년사(史) 집필을 위해 5년 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박물관장 앤절라와 처음 만났다.

박물관에서 도보로 20여 분 떨어진 공동묘지로 향했다. 불세출의 골프 영웅 톰 모리스 부자와 골프의 신으로 추앙받는 앨런 로버트슨의 묘를 찾았다. 바다를 뒤로하고 시가지로 올라가는 길옆. 예전의 골프골동품점이 아닌 식당으로 변해 있었다. 전통 스코틀랜드 체크무늬 치마 복장을 한 파이프 연주자의 노래를 뒤로하며 울퉁불퉁한 중세의 도로를 걷는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무덤 앞에서 골프 선조들에게 경배를 드리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스코틀랜드 골프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라진 5홀짜리 리스왕실전용골프장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주변에는 중국 이민자들이 터를 잡았고, 코스가 있었을 법한 자리에는 조그만 카지노가 들어서 있었다. 실망과 안타까움을 뒤로한 채 홀리루드 궁전으로 향했다. 남편의 장례식날 골프를 했고, 그 죄로 국민에게 추방당해 목이 잘린 여왕 메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에든버러 시내에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궁전의 2층 메리 여왕 방에는 그녀가 생전에 사용했던 모든 유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그녀의 묘는 이곳이 아니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다. 런던까지는 기차로 8시간. 에든버러 웨이블리역에서 해안을 따라가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내려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그 길을 택했다. 그리고 영국의 모든 왕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한쪽 방에서, 흰 대리석으로 조각된 전신 모습의 묘소 앞에서 나는 소리 없이 경배했다.

미국 뉴욕행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진 대서양을 보면서 영국의 골프가 미국 신대륙으로 건너갈 때를 회상했다. 당시에는 배를 타고 스코틀랜드의 골프 선구자들이 이렇게 대서양을 가로질러 신대륙 미국에 골프를 전파했겠지. 가슴 속에는 골프 600년의 자취를 찾기 위한 지난 10여 일의 일정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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