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4.28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시론
[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7일(月)
‘노동개혁’ 실종된 대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회평 논설위원

2017년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가 자취를 감춘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1987년 헌법에 이른바 ‘김종인표 조항’이 들어간 이후 경제민주화는 줄곧 대선·총선의 단골 메뉴였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는 원조 논쟁까지 벌였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패한 박근혜 정부의 대선 슬로건이었고 그나마 선점당한 기억, 여전히 개념은 모호하고 가시적 성과도 없었다는 평가, 30년 반복된 레퍼토리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여기에 김종인과 일부 대선 후보의 악연까지…. 대신 대선 후보들은 ‘재벌 개혁’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타깃을 세우고 공세를 더 높여왔다.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국회에는 대기업을 겨냥한 공정거래법·상법·유통관련법 개정안이 선거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국정농단 세력의 공범으로 치부된 기업들은 정권 교체가 유력한 판세를 지켜보며 잔뜩 움츠려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라졌으되 사라진 건 아니다.

대선 토론에서 실종된 또 하나의 의제가 ‘노동 개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의 저성장 탈출을 위해선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고 누누이 강조해왔고, 그 선결 과제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를 꼽았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결코 방치할 수 없는 핵심 이슈다. 그러나 이해관계와 역학 관계가 뒤얽힌 사안이라 성과를 내기 힘든 대신, 정치적 부담은 크다. 대선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이란 세련돼 보이는 새 밥상엔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지만, 힘들고 표도 잃을 수 있는 노동개혁이란 설거지에는 흥미가 없다.

노동시장의 과실이 소수에게 치우친 구조를 바꾸자는 게 노동개혁이다. 정규직 노조 중심의 상위 10%만 고임금을 누리고, 일자리까지 세습하는 체제는 정의롭지 않다. 나머지 90% 중소기업·비정규직·청년·고령 근로자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소비 위축과 사회 갈등 같은 후유증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 개혁은 한마디로 ‘기득권 노조와의 싸움’이다. 박 정부는 대결도 대화도 아닌 어정쩡한 전술로 임하다 탄핵까지 겹치며 무너졌다. 이번 대선에선 그나마 노동 개혁을 정면으로 거론하는 유력 후보조차 없다. 대신 너도나도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다. 일자리는 생색나는 일이지만, 노동 개혁은 감내하는 일이다. 노동시장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은 자기기만이다.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81만 개 공공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드는 것이고, 이는 거쳐야 할 절차를 건너뛰어 국민 전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다. 문 후보의 ‘적폐’론에서 노동 분야는 빠져 있다. 문 후보에게 ‘적폐= 반(反)촛불’이라면 촛불 시위 주도 세력의 한 축인 민주노총에 쓴소리하기는 껄끄러울 수 있다. 그래서 민간 쪽은 외면한 채 공공일자리 얘기만 하는 것으로 비친다. 안철수 후보는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손에 잡히는 플랜은 없다.

‘산업 4.0’시대가 열리는 시점에 노동부문은 ‘ 2.0’, 곧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묵은 숙제도 해결하지 못한 터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격변에 노출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고용 양 측면에서 기회이자 위기다. 기존 방식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필연이지만, 혁신은 과거에 없던 역동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신기술·신사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다. 혁신을 막는 낡은 산업 규제를 없애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런 일자리를 수용할 그릇이다. 노동시장의 전근대성을 방치하다간 신기술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물론, 새롭게 다가오는 일자리도 눈 뜨고 놓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노동 개혁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 차기 지도자라면 20세기 식의 낡은 노사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노동시장을 꾸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아니라, ‘정규직 없는 세상’을 얘기하는 식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신산업이 확산되면 노사 개념도, 직장이란 공간도, 근로시간 형태도, 평생 고용도 희미해지거나 혼재될 수밖에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만 제대로 세워도 노동 약자의 고통을 줄이고, 고용 유연성을 높여갈 수 있다. 후보들은 현란한 일자리 수사(修辭) 대신 국민 실생활이 걸린 노동 개혁 이슈와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 많이 본 기사 ]
▶ 洪으로 몰린 보수 표심에 무너진 文·安 양강구도
▶ “아는 오빠와 놀자는데!” 여고생 폭행한 무서운 여중생
▶ 안철수, 김종인과 심야 45분간 극비 전격 회동
▶ 강정호 “야구 못하는 건 사형선고…벌금형 내려달라”
▶ 美 태평양사령관 “칼빈슨호, 명령 떨어지면 2시간내 北타..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아는 오빠와 함께 놀자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여고생을 4시간여 동안 끌고 다니며 폭행한 여중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
mark洪으로 몰린 보수 표심에 무너진 文·安 양강구도
mark美 태평양사령관 “칼빈슨호, 명령 떨어지면 2시간내 北..
[속보]트럼프 “韓에 사드비용 10억불 물게할 ..
中 “북핵 문제 끓어오른다면 한반도 전쟁은 피..
‘캐디 성추행’ 박희태 전 국회의장 집행유예 확..
line
special news 신정환 7년만에 방송복귀 시동…“많이 후회..
이경규 등 있는 코엔스타즈와 전속계약그룹 컨츄리꼬꼬 출신 방송인 신정환이 대형기획사 코..

line
“문재인 40%, 안철수 24%, 홍준표 12%, 심상정..
안철수, 김종인과 심야 45분간 극비 전격 회동
5당 대선후보, 다섯번째 TV토론…경제공약 ‘송..
photo_news
‘걱정 말아요’ 전인권, 표절 논란에 독일행…걱정되네
photo_news
강정호 “야구 못하는 건 사형선고…벌금형 내려달라”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14) 54장 황제의 꿈 - 7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성격 유형에 따른 여자의 신음 소..
mark귀가가 늦는 이유
topnew_title
number 찜질방서 잠자는 여성 두번 입 맞춘 50代
檢, ‘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통영서 40대 여성 훼손 시신 발견…용의자 ..
‘47일간 물·소금만’ 히말라야 실종 남성 극적..
‘성적 능력 떨어진다’는 말에 60대남 전처 살..
hot_photo
유키스 일라이, 혼인신고 3년만인..
hot_photo
‘아찔’ 공중댄스
hot_photo
SNS 달군 맥도날드 새 유니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제호 : 문화일보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