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돈 받은 적 없는데 뇌물죄?”… 치열한 法理다툼 예고

朴, 최순실과 경제공동체 否認
법조계 “판례상 공모공동정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별검사·검찰 수사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5월부터 6개월가량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14개에 이르는 만큼, 1심 구속 기간인 6개월 이내에 1심 판결을 내리려면 일주일에 세 차례 이상 열리는 집중 심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가장 주요한 뇌물 혐의의 경우 여전히 최순실(61) 씨와의 ‘경제공동체’를 부인하며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돈을 받은 게 없으므로 뇌물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모공동정범(共謀共同正犯)’ 이론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한다는 전략이다. ‘공모공동정범’이론은 형법에 명시된 용어는 아니지만, 판례상 이론으로 정립됐다. 2인 이상이 공모,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를 실행했을 경우, 실행 행위 자체를 담당하지 않은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논리다. 대법원의 1997년 판결(97도1720)에 따르면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數人·두서너 사람) 사이에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해 그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공모가 이뤄진 이상 실행 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의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돈을 직접 받지 않더라도, 최 씨와 암묵적으로 재단을 설립해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기로 합의했다면, 돈을 직접 요구하거나 받지 않았더라도 공모공동정범으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에서는 반론도 있다.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공모공동정범 부정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실행 행위를 분담하는 것이 공동정범에서는 필수적이므로, 실체적으로 ‘범죄를 범하는’ 실행 행위의 분담이 없는 공모공동정범은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실체적으로 대기업들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부분이 정확히 입증되지 않을 경우, 범죄의 실행 행위 ‘분담’이 없었기에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범 관계는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인 신광렬(52·사법연수원 19기) 부장이 이끄는 형사50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최 씨 사건을 심리 중인 김세윤 형사22부 부장판사가 사건을 배당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