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출금’ 못갚아 가게 닫고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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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자금 상환 닥친 진도 ‘아물지 않은 생채기’

소상공인 연체액만 5억여원
음식점 20% 이자못내 폐업
나머지도 대출 갚으려 날품
기름 피해 어민은 더 속앓이

3년 전 세월호 피해 특별자금을 대출받은 전남 진도지역 소상공인·어민들이 원리금의 상환기한 도래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매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일부 가게 주인은 점포를 내놓고 잠적하거나 이자 및 원리금을 연체하는 사고도 늘고 있다. 진도 군민들의 ‘세월호 생채기’ 역시 아직 아물지 않은 것이다.

17일 전남도와 진도군, 전남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로 영업부진 등 피해를 당한 진도지역 소상공인들이 받은 특별자금은 2년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의 1차 정책자금(525건, 122억400만 원)과 3년 후 일시상환 조건의 2차 정책자금(82건, 19억4100만 원) 등 2가지다. 어업인들에 대한 특별영어자금은 1년 후 일시상환 조건으로 510어가에 147억6000만 원이 융자됐으며, 벌써 두 차례 만기가 연장됐다.

1차 정책자금의 경우 원리금 분할상환이 지난해 5~8월 시작돼 2019년 5~8월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벌써 36건(5억7070만 원)의 대출금은 이자 또는 원리금이 연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2014년 11월부터 이자조차 못 내는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기선(63) 한국외식업중앙회 진도군 지부장은 “회원업체 470곳 중 100여 곳이 ‘세월호 정책자금’을 받았는데, 영업부진이 계속되다 보니 20~30곳은 가게를 내놓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연락이 두절됐다”며 “또 다른 수십 곳의 식당 주인들은 대출금이라도 갚기 위해 가게 문을 닫고 대파 수확 등 날품 일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2차 정책자금을 대출받은 소상공인들도 상환시기가 도래하는 오는 11~12월 원리금을 모두 갚아야 해 걱정이 태산이다.

특별영어자금을 대출받은 어민들의 속은 더욱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는 5~7월 상환기일이 도래하지만 만기 재연장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설상가상의 기름 피해까지 당해 상환 능력이 말라버린 상황이다.

서거차도 어촌계장 이진석(55) 씨는 “세월호 사고 전 한 뭇(20가닥)에 50만~80만 원을 호가했던 우리 미역이 사고 후 20만~25만 원으로 떨어졌다”며 “1년에 1500만~2000만 원 벌어 공과금 내고 아이들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금 3000만 원을 한꺼번에 갚으라는 것은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진도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