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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8일(火)
여우 복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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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여시’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으스스해진다. 여시는 강원도와 경남 및 전라도와 제주도의 방언이다. 표준어로 여우라고 하면 귀엽고 예쁘장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여시 사건’은 으스스한 게 아니라 무시무시했다. ‘여사’라고 쓴 원고가 신문에는 ‘여시’로 나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여우 얘기를 듣고 나면 대소변을 참고 밤을 새워야 할 만큼 무서웠다. 그만큼 여우는 부정적이면서 무서운 이미지로 우리의 전설이나 설화에 등장한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요즘에는 몹시 교활한 사람(특히 여자)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천 년 묵은 놈이 변하여 된다는 전설상의 여우 ‘매구’도 있다. 이 매귀(埋鬼)가 구미호와 합쳐지면 스릴은 배가된다.

그러면 여우란 어떤 이미지인가. 영어의 여우, 곧 폭스(fox)는 흔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우처럼 교활한 사람을 가리키거나 매력적인 여성을 지칭한다. 그 반면 암 여우 곧, 빅슨(vixen)이라고 하면 성질 더러운 여자를 가리킨다. 우리 말도 비슷하다. 국어사전은 갯과의 포유동물 외에 여우의 쓰임을 두 가지 더 설명하고 있다. 매우 교활한 사람, 그리고 하는 짓이 깜찍하고 영악한 계집아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우비와 여우볕이란 우리말이 있다.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그리고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났다가 숨어 버리는 볕을 말한다. 잽싼 그의 행동이 연상된다. 선인들은 여우를 어떻게 봤던가. 이솝은 우화에서 여우를 교활함의 상징으로 만들어 놓았고,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사자처럼 용맹하고 여우처럼 교활하라고 했다. 중국 한나라 때의 학자 유향 역시 편저 ‘전국책(戰國策)’ 초책 편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를 경계하라고 했다.

숱한 전설과 얘기를 만들어주던 여우가 이젠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내몰렸다. 목도리를 위한 무차별 사냥과 쥐약이 주범이다. 그래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나섰다. 2월 말부터 최근까지 소백산 일대에 여우 암컷 13마리를 방사했다. 이로써 소백산 일대에는 모두 18마리의 여우가 야생에서 자라게 됐다. 이들이 새끼를 낳게 되면 3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를 복원하는 일도 쉽지는 않다. 여우의 최대 천적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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