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1>막말·색깔론·지역감정…19代도 초장부터 ‘네거티브의 추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편지 대신 ‘공정선거’ 배달 17일 인천 남동우체국에서 열린 ‘아름다운 선거 홍보단 발대식’에 참여한 우체국 집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文, DJ를 골로 보내”
洪 “文당선땐 韓대통령 김정은”
후보·黨지도부도 ‘막말’ 동참

자기 정책·비전 알리기보다
상대정책 깎아내리기 골몰
신뢰대신 ‘정치혐오 부채질’

제19대 대통령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정책과 미래 비전 경쟁이 아닌 거친 언사들, 네거티브 공방으로 변질되는 양상으로 흐르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대선이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치러지는 조기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고 신뢰를 회복해야 할 각 후보와 정당들이 오히려 지역감정이나 색깔론을 부추기는 등 정치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1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실상 대북정책에 한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실질적인 대통령은 사실상 친북좌파인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된다”고 말했다. 색깔론 시비를 피할 수 없는 발언이다. 홍 후보는 전날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해서는 “좌파 셋에 우파 하나가 나왔는데, 선거를 못 이기면 정말 우리는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말해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17일 전북 유세에서 “문재인은 우리 전북 인사들을 차별했다.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우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로, 현재는 문 후보를 돕고 있는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에서 “공당의 대표가 참 품격 있는 언어를 쓰시는군요”라고 비꼰 데서 알 수 있듯 박 대표의 발언은 표현 자체로 시빗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18일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밖에 안 됐지만, 각 후보와 정당들이 쏟아내는 메시지는 이처럼 선거전 막판을 연상케 할 만큼 과열돼 있다. 자신들의 정책과 국가 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캠페인보다는 경쟁 후보와 진영을 ‘불안 세력’ ‘거짓말 세력’ ‘적폐 세력’ ‘친북 세력’ 등으로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선거전이 초반부터 과열·혼탁 양상으로 흐를 것이라는 점은 지난 13일 첫 후보자 합동 TV토론에서부터 예고됐었다. 당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대해 ‘적폐연대 후보’라고 공격했던 것을 놓고 두 후보가 충돌했고, 홍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누가 보수 적통인지를 놓고 ‘배신자’ 등의 표현을 동원해 험하게 싸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초반부터 막말과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하고 있다”며 “대선이 권력을 향한 무한투쟁의 장은 아닌 만큼 최소한 품격과 윤리의식을 갖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남석·김다영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