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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9일(水)
(1108) 54장 황제의 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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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문이 열리면서 정연옥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릎까지 닿는 코트에 털모자를 썼고 가죽 장화를 신었다. 대형 트렁크 3개를 얹은 카트를 밀면서 나오는 정연옥의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두려운 것 같다. 이응호는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정연옥을 보았다. 2초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상처한 지 5년, 36년간 해로했던 안미숙은 유방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쪽은 목숨이 질겨서 살고, 또 살다가 이제 두 번째 반려자를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한랜드, 한반도 남쪽의 전라도와는 전혀 다른 땅, 다른 세상이다. 만날 싸우고 헐뜯다가 분노하고 절망했던 세상이 그야말로 악몽을 꾼 것처럼 지나가고 한반도에 기운(氣運)이 덮였다. 이 활기는 70이 넘은 이응호한테도 번져서 어느덧 주위를 둘러보니 한랜드, 눈에 덮인 극한의 땅에까지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라. 새 인생을 함께 시작하려는 여자가 그사이에 한 발짝 내게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정연옥은 이응호를 발견하지 못했다. 저 여자 또한 58세, 남편을 잃고 다시 이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려고 온 것이다. 이응호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러고는 번쩍 손을 들고 소리쳤다. 저 여자가 지금 나를 찾는다.

“여기야! 여기 있어!”

시내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정연옥은 연신 감탄했다.

“저 눈 좀 봐. 저 하늘은 왜 저렇게 푸르지요?”

“저런, 순록떼가 지나가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정연옥이 소리쳤다.

“이곳이 옛 고구려 땅이었다면서요?”

정연옥이 그렇게 물었을 때 마침내 이응호가 풀썩 웃었다. 광개토대왕, 장수왕이 이곳까지 치고 올라왔을 리는 없다. 순록떼나 지나고 농토, 주민 하나 없는 땅, 영하 30도가 넘는 대륙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인의 기상이다. 그렇게들 믿고 싶어졌다.

“그랬을 수도 있지. 척후병들을 보냈을 거야. 그랬다가 너무 추워서 돌아갔겠지.”

이응호는 한국 근대자동차에서 제작한 한랜드용 왜건을 운전하고 있다. 눈과 얼음 위를 달리도록 만들어진 차다. 아들 이재석이 나온다고 하는 것을 말렸다.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정연옥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이응호를 보았다.

“가게는 언제 개업을 하죠?”

“일주일쯤 후에.”

“내가 내일부터 가게에 나가서 일 거들겠어요.”

“며칠 쉬고 나가도 돼.”

“나가서 일하는 것이 나한테는 쉬는 것이나 같아요. 운동도 되고.”

이응호는 아들 이재석의 도움을 받아 한시티에 전자대리점 지점 하나를 경영할 예정이다. 직원은 점장 이응호까지 포함해서 넷, 아직 정연옥은 머릿수에 넣지 않았는데 일한다면 경리가 적당했다. 정연옥이 손을 뻗어 이응호의 허벅지 위에 얹었다.

“여보, 우리 잘 살아요.”

“어, 그래.”

이응호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아들딸 둘만 낳고 잘 살자고.”

“아이고, 다 키워서 또 떠나보낼 때까지 어떻게 살아?”

정연옥이 이응호의 허벅지를 쓸었다.

“다시 둘만 남게 되는걸, 뭐.”

“인사하고 왔어?”

이응호가 묻자 잠깐 주춤하던 정연옥이 다시 허벅지를 쓸었다.

“그래요. 잘 살라고 하데요.”

죽은 남편한테 인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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