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들쑥날쑥 선거조사 바르게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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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선거 여론조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선거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아우성까지도 들린다. 대선 캠프는 후보에게 불리한 선거조사를 한 기관에 대해 고발을 서슴지 않을 기세다. 왜 이렇게 선거조사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것일까.

선거조사의 역사가 오랜 미국도 수난의 기억이 있다. 1948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갤럽은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을 이긴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는 선거조사 결과가 즐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 후보의 진땀 나는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선진국인 영국의 유명 조사 전문 기관과 미국 유수의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지난해 브렉시트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예측에 대체로 실패했다.

선거 판세 진단의 거울이라고까지 불리는 선거조사가 점차 예측성이 떨어지고 비슷한 시점의 조사들마저 서로 다른 결과를 내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선거조사는 투표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선거조사는 특정 시점에 조사 참여자들의 표심(票心)이다. 조사한 시점과 투표한 시점의 시차(時差)가 발생하고, 연령대별로 투표율이 다르다. 그리고 비록 선거조사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비슷한 시점에 조사된 결과라도 표본 추출, 조사 방법 그리고 질문 내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전화라는 수단을 통해 조사하기 때문에 유선전화 또는 무선전화만 사용했는지에 따라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최근의 전화 이용률을 반영한다면 유선과 무선전화가 혼용돼야 마땅하고 무선전화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흐름이다. 유선과 무선전화의 비율에 대해 검증된 정답은 없다. 젊은 세대일수록 무선전화 응답 비중이 높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선전화 응답자가 많아진다.

항간에서 제기되는 유무선(有無線) 비율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다. 조사 방법이 자동응답조사(ARS)인지 면접원에 의한 전화조사(CATI)인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개연성이 있다. ARS 방식은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응답자 스스로 기계음을 듣고 보기를 선택하는 특징이 있다. 그에 비해 면접원에 의한 조사는 응답자의 성(性), 연령, 지역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수집하게 되고 면접원이 직접 질문 내용과 보기를 설명해 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동일한 조사 기관의 결과 추세를 살피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질문 내용의 구성에 따라서도 조사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투표 여부’ ‘적합 여부’ 아니면 ‘지지 여부’로 물어보는지, 첫 질문에서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응답자에게 재질문을 하는지 여부, 그리고 재질문을 어떻게 던지는지에 따라서도 응답자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선거조사의 생명은 대표성(代表性)과 객관성(客觀性)이다. 조사 기관은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설문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념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의도한 조사라면 마땅히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선거조사의 과정보다는 결과에 민감한 정치권과 후보들도 자중해야 한다. 선거조사는 소중한 한 표 행사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