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확률형 아이템에 1500만원 날린 초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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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바일 가상상품 구매
부모 몰래 신용카드로 결제도
사행성 부추겨 도박 변질 우려
전문가 “게임업체 自淨 필요”

청소년들도 쉽게 즐기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의 구매를 유도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꽝’이 나는데도 계속 구매하는 도박 성격이 있어 부모 몰래 1500만 원을 탕진한 초등학생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게임 아이템이라고 해도 사행성이 짙어지면 도박처럼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무작위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가상의 상품. 결과물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으로 불린다. 초등학생 A 군은 ‘전체이용가’인 한 온라인 스포츠게임을 하며 한 달에 2만 원씩 꼬박꼬박 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사고 있다. 용돈으로 구매한 아이템이 ‘꽝’이나 실패로 나올 경우,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다시 아이템을 산다. A 군의 아버지는 18일 “돈을 써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확률형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용 금액 한도를 정해놨다”며 “아이들이 휴대전화 소액 결제로 확률형 아이템을 사는 것을 뒤늦게 알고 게임을 금지한 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A 군의 사례는 애교 수준이다. 지난해엔 모바일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구매로 두 달 동안 1500만 원까지 결제한 초등학생의 사례도 있었다. 잠시 업무차 러시아에 머물던 B 씨는 통장잔액을 조회하다 거액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카드사에 확인한 결과,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을 하던 딸이 스마트폰과 연계된 B 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 B 씨는 “게임사에 연락했지만 규정에 따라 65일 이내에 결제한 약 800만 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며 “아이가 한 차례 입력한 신용카드 정보로 끊임없이 ‘꽝’이 나오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어떤 제한장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게임 과몰입 종합실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0.5%, 중학생의 46.7%, 고등학생의 55.2%가 유료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오는 7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개별 아이템의 구성 비율을 공개하고, 개별 아이템의 가치가 1회 구매가격과 같거나 그 이상이 되도록 설정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율규제만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막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우연과 확률에 의해 얻어지는 아이템이 중시된다면 게임의 사행성이 짙어져 도박으로 변질할 수 있다”며 “게임업체가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예측 가능성’을 조절해 사행성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게임이용자 90% 이상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