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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황진선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9일(水)
사법부도 정치 바람에 휘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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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법원 진상조사위원회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학술 모임 와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학술 모임의 전직 회장이었던 고법 부장급 판사가 학술행사 축소를 ‘지시’했을 뿐, 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요구를 막기 위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만, 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중복 가입자를 해소하겠다고 한 것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곧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한 파일도 없다고 했다. 일선 판사 중 상당수는 ‘셀프 조사’이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부 동요와 반발이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법파동’으로 번지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학술모임 와해 의혹사건에는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내부 불신이 작용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도한 조사에 따르면 현직 법관 10명 중 9명이 대법원장과 법원장의 정책에 반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내부로부터의 독립 침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주요인으로도 ‘제왕적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관료화’를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런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법관들이 윗분 눈치를 보게 되면 공정한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3월 발표한 ‘형사정책과 사법제도에 관한 평가연구’에 따르면 ‘각 형사사법기관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법원에 대해 24.2%가 ‘신뢰한다’고 했다. 검찰은 16.6%, 경찰은 24.9%였다. 검찰보다는 높지만 경찰보다는 근소하게 낮았다.

법원을 믿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법의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도 있다. 대법원이 비판을 받는 가장 큰 문제는 인적 구성이다. 양 대법원장은 엘리트 위주로 대법관을 임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구성이 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법관들이 맡은 사건 가운데 이념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모두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들이다. 엘리트 법관이 곧 유능한 법관은 아니다. 출신과 배경과 경험이 다양한 인적 구성이 돼야 판결이 민의와 사회 상규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법 해석이 사회변화의 선봉에 서서는 안 되지만, 변화에 뒤처져서도 안 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정권 교체기에 대법관은 물론 대법원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대법원 일각에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양 대법원장을 흔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진보적 성향의 판사 모임이었던 옛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27일 퇴임한 이상훈 대법관의 후임에 진보 성향의 법관을 옹립하려 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게 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 대법관 후임 인선 작업을 중단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양 대법원장은 당장 이 대법관 후임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새 대통령은 오는 9월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의 후임도 임명하게 된다. 벌써 사법부 안팎에서는 대법관 제청권과 일선 판사 인사권을 독점하고 헌재 재판관 3명 지명권을 갖는 대법원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TK 출신보다는 호남 또는 충청도 출신이 더 유력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또 새 대통령은 5년 임기 중에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재판관 8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대법관과 재판관들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과도한 쏠림 현상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법적 안정성이 무너지면 사법부 인사를 포함해 내부적으로 혼란이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치의 신뢰도 흔들리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사법부가 이념적으로 치우치거나 정치 바람에 휘둘리면 안 된다. 어느 때보다 사법부 구성원의 냉철한 각성과 신중한 언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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