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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19일(水)
“국내외 모든 경기 보다보면 어느 순간 ‘아하 ~’ 영감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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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지난 11일 충남 천안 서북구 직산읍 현대캐피탈 클럽하우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배구공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안 = 신창섭 기자 bluesky@

男프로배구 최연소 우승 사령탑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기록의 사나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일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고 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만 40세 11개월 25일에 정상에 올라 역대 남자프로배구 최연소 우승 감독으로 등록됐다. 사령탑으로 발탁되면서 최 감독은 화제를 뿌렸다. 2015년 4월 2일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선수에서 감독으로 승격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8연승을 챙겼고, 최 감독은 단일 시즌 최다 연승을 이끈 지도자가 됐다. 지난 시즌엔 또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최 감독은 그리고 선수와 감독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최초의 사례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OK저축은행에 패했지만, 올 시즌엔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에 진출해 기어코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 최태웅은 2009년 사상 최초로 7000세트를 돌파했고, 2013년엔 역시 최초로 1만 세트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충남 천안 서북구 직산읍 현대캐피탈의 클럽하우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그는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선발)을 준비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물론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용병 의존도를 낮추고도 정상에 올랐다. 최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부족하면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렵다”며 “그러나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에 국내 선수들의 호흡을 중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팀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사령탑으로 데뷔하자마자 국내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짜임새 있는, 아니 빈틈없는 조직력을 갖춘다면 외국인 선수만 바라보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는 조직력을 발판 삼아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면 어느 팀과 맞붙어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현대캐피탈 특유의 ‘스피드 배구’를 창조했다. 스피드 배구란 모든 선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동시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유럽 무대에서 이미 대세로 통하는 스피드 배구는 사실 정확히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최 감독 역시 스피드 배구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경계한다. 최 감독은 “배구 감독 10명에게 스피드 배구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서로 다르게 대답할 것”이라며 “스피드 배구가 만능열쇠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배구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어떤 위치든 소화할 수 있는 게 이상적”이라며 “세터가 아니더라도 이단 연결(토스)을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가용 인원이 많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의 조련 아래 공격과 수비, 세트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으로 변모했고, 전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최 감독은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2005년까지 우승컵 7개를 품에 안았다. 배구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2010년.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한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넘어왔다. 그는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지 7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며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패했기에) 이번에 우승을 놓쳤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 감독은 그러나 현대캐피탈로 옮긴 뒤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후배들 보기가 민망했던 건 당연한 일. 그는 “지난 시즌엔 초보 감독이었기에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챔프전 패배를) 아쉬워할 겨를도 없었다”면서 “올 시즌 현대캐피탈 선수들, 후배들이 우승의 염원을 풀게 돼 다행스럽고 또 너무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선수에서 곧바로 감독이 됐다. 그래서 지도자 훈련을 받지 못했다. 배구 전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하는 교재나 교육 과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독학’할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밤을 지새우면서 배구 경기 영상을 유심히 관찰하는 걸 거르지 않는다. 단기간에 명감독 반열에 오른 비결 중 하나다. TV를 통해 중계되는 국내 경기는 경기장에서 보고, 다시 영상으로 확인한다. 중계 영상과 함께 경기분석관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비교하면서 관찰한다. 해외 경기는 인터넷으로 시청하고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한다. 최 감독은 최근 6대의 모니터와 고가의 그래픽 장치가 설치된 컴퓨터를 장만했다. 그에게 ‘IT(정보기술)감독’이란 애칭이 따라붙는 이유.

▲  최태웅 감독이 배구 경기를 시청하고 분석하는 6대의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 = 신창섭 기자

‘어느 나라 배구 경기를 주로 보느냐’고 묻자 최 감독은 “다 본다”고 답했다. 최 감독은 “경기는 가리지 않고 모두 보고, 그중에서도 특히 선수 명단이 잘 정리돼 있고 수준이 높은 폴란드 리그를 즐겨 본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의 경기를 보면서 세계적인 배구 흐름이 어떤지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기 장면들이 머릿속에 쌓이면서 소중한 ‘밑천’이 됐다. 최 감독은 “계속 경기를 보다 보면 순간순간 전술적인 영감을 얻게 될 때가 많다”며 “‘아하’라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런 깨달음은 금세 떠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며칠 동안 고민해 얻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상을 먼저 본 뒤 직접 경기와 관련된 데이터를 확인하고, 또 데이터를 먼저 따져본 뒤 경기가 어떻게 진행됐을지 상상한다. 경기를 치른 날에도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영상을 보면서 ‘복기’하고, 다시 해외 리그를 시청하면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최 감독은 “배구를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힘든 일일 것”이라며 “정답은 없기에 다양한 상황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중요한데, 수없이 본 영상이 그때마다 해결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고 귀띔했다.

▲  최태웅 감독이 현대캐피탈 클럽하우스 배구 코트에서 공간 분할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 = 신창섭 기자
최 감독은 클럽하우스의 훈련 코트를 직접 개조했다. 훈련 코트에는 ×표시와 점선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최 감독이 고안한 ‘특허’. 그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필요 없는 공간이 있는 반면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공간이 있다”며 “×표시는 전자, 점선은 후자”라고 설명했다. 코트 구석구석을 분석하고 구역을 나눈 것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곳에 파워를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최 감독은 “코트 공간을 분할해 효율성이 높아졌다”면서 “마트에서 이것저것 모두 사는 게 아니라, 내게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 훈련 코트의 구획 정리는 물론 대외비다.

그는 2010년 시련을 겪었다. 림프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동료,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투병해 완치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훈련에 빠지지 않았기에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최 감독은 “지금은 건강하고, 특별히 몸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가끔 홍삼은 먹는다”며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과 2021년 4월까지 4년간 계약을 연장했다고 19일 밝혔다. 최 감독은 2015년 4월 3년간 계약했고, 기존 계약 만료 시점이 1년가량 남았지만 현대캐피탈은 새로 장기계약이란 선물을 안겼다. 최 감독이 10년 만에 현대캐피탈에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다음 시즌 목표도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지만 여기서 안주할 순 없고, 또 다른 색깔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싶다”며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훨씬 더 매끄러운 현대캐피탈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한양대에 입학한 뒤 선수로, 지도자로 20년 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지만 카메라 렌즈는 여전히 어색하다. 포즈를 취해 달라는 요청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최 감독은 “배구는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또 볼 수 있지만, 카메라는 잠시도 쳐다보기가 힘들다”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사진기자”라고 ‘엄살’을 떨었다.

천안 =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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