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청년수당으로 본 자치와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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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전국부장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서울시와 경기도, 경상북도에 ‘청년수당’ 동의 의견을 냈다. 2016년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의 첫 협의 요청 이후 거의 1년 반 만이다. 부산시도 9월 시행을 목표로 협의 중이어서 앞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초기에 이 신규 복지정책을 접하고 “무분별한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해왔으나, 오랜 대화 끝에 바람직한 형태로 절충안을 도출해냈다. 일각에선 진보 내지 중도 이념의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에 대비한 관료들의 줄서기란 폄하도 있는 모양이지만, 오히려 중앙 정부와 지자체 간 바람직한 협치(協治) 사례로서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이랬다. 단체장이 “우리 지역 청년들에게 일자리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나눠주겠다”고 자치권을 발동하려 했다. 그러자 정부는 “우리 청년 일자리 예산(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과 겹칠 수 있다. 그리고 지원 대상이 너무 넓다. 소비처도 불투명하다”며 통제에 나섰다. 한때 복지부의 직권취소와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로 험악한 지경까지 갔던 양대 기관의 갈등이 극적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은 당연하게도 ‘한 걸음씩 양보’였다. 당초 중앙정부 복지와의 중복, 퍼주기식 보편복지 확산을 우려했던 복지부는 구직 연계, 저소득층 우선 배려 요구가 충족되자 두말없이 OK했다. 서울시도 작년에 미합의 상태에서 강행했던 원안을 고집하지 않고 중위소득 150% 이하, 진로탐색·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 의무화 등 이행조건을 수정해 합의에 성공했다. 돈 주는 범위를 ‘취업활동 중인 저소득층 청년’에 한정함으로써 선별복지와 청년지원이란 양쪽의 정책 목표 내지 철학을 만족시킬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다. 지방정부의 민생정책 선(先)제안을 중앙정부가 신중한 검토 끝에 후(後)수용한 협업 모델이라 하겠다. 중앙과 지방은 국민을 위한 정답을 이렇게 함께 찾아가는 공동 연구팀이 돼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치에 일보 진전이 있었다고 해서 청년수당을 젊은 세대의 취업난을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선 안 된다. 단체장의 인기관리용이 돼선 더욱 곤란하다. 복지부가 동의했기 때문에, 다른 단체장들도 하니까 식으로 너도나도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자 지자체만의 잔치란 비판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나왔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저서 ‘콜라보레이션’에서 중앙정부의 4대 보험 위주로 복지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방정부의 작은 재정을 갖고 사각지대를 보완하려 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져 국가 복지제도의 효율이 떨어진다. 지방정부 간 경쟁적 복지정책을 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청년수당은 어디까지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살짝 붙여놓은 반창고에 불과하다. 아픈 청춘은 진통제도 필요하겠지만, 병의 원인균을 박멸하고 건강한 생활습관도 길러주는 근치(根治)와 예방을 더 원한다. 칼럼 취재과정 중 들은 청년의 한마디로 글을 맺는다. “우리를 위한 복지정책? 그래요, 그것도 좋아요. 하지만 본질은 맘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수를 늘려 달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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