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리 일부” 오만한 中발언…외교부, 中에 사실여부 확인 요청

트럼프 “시진핑에 들었다” 논란
왜곡된 ‘중화주의’ 인식 드러내

지난 6~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a part of China)였다”는 발언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외교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힌 이 같은 언급이 사실일 경우 ‘중국의 오만’을 보여주는 셈이다. 외교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중국이 갖고 있는 한·중 관계 생각의 노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한 상태다.

20일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WSJ에 언급한 시 주석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사실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중국의 입장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정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중국과 한반도, 북한이 아닌 한국(Korea) 역사에 대해 말했다. (시 주석에 따르면)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전쟁에 대해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국 온라인 매체인 쿼츠가 인터뷰 발췌본을 추가 보도하면서 공개됐다. 시 주석이 실제로 이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한 것인지 아니면 통역상 실수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현안을 놓고 시 주석이 역사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관할권 아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 한반도의 ‘관리자’임을 자처했을 수도 있다. 또 한반도 유사시 북한에 대한 후견국이 아닌 실질적인 권리를 주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조·중 접경지역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전근대적인 패권 의식과 유아독존식 왜곡된 중화주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몇 해 전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제3국 인사들을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지도 속 한국을 가리키며 중국의 일부라고 이야기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에 편입시키려고 했던 전력이 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실 검증’ 형태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역사수업은 한국 전문가들에게 받으라”고 보도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