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포스트 아베’ 도전 의욕 공개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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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대 언젠가는 끝난다”
파벌 60주년 기념식서 발언
아베“조금만 더 참아라”견제

일본 정치권, 특히 집권 자민당 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정권의 핵심 각료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외무상이 ‘아베 시대 이후’를 언급하며 정권 도전의 의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농담조로 맞받아치며 기시다 외무상의 도발을 웃어넘겼지만, 독자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東京)지사도 차기 정권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어 ‘아키에(昭惠) 스캔들’이란 악재로 주춤했던 아베 총리는 당 총재 3연임 및 일본 최장수 총리 목표 달성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외무상은 19일 자신이 이끄는 파벌인 ‘고치카이’(宏池會·기시다파)의 창립 60주년 기념 파티 인사말에서 “아베 총리 한 사람에게 계속 의존하는 일도 용납될 수 없고, ‘아베 시대’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며 “고치카이는 그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지금부터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파벌을 향해 “일본의 정치를 위해 땀을 흘리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는 상황을 전해 듣고, 자신의 인사말에서 기시다 외무상의 정권 도전 의욕에 대해 “(총리직 도전은) 조금만 더 참고 정권에 기여해 달라”며 “힘을 합쳐 빛나는 일본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기시다 외무상을 만류하는 것 같은 이런 인사말에 행사장이 웃음바다가 되며 상황이 무마됐지만, 아사히(朝日)신문은 “아베 총리가 농담을 섞어가며 기시다 외무상을 ‘견제’했다”고 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세력을 흡수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고이케 도쿄지사도 아베 총리의 앞길을 막을 것으로 예상되자 자민당 측은 고이케 지사와 아베 총리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도쿄의 한 식당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제안으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 등 전·현직 자민당 고위 인사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마침 같은 식당에서 기업경영자들과 만나고 있던 아베 총리는 고이케 지사를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소속이지만 지역정당을 바탕으로 독자 세력을 키우고 있는 고이케 지사는 오는 7월 도쿄 지방 선거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세력과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산케이(産經)신문은 고이케 지사와 아베 총리의 이번 조우에 대해 “억측을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