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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정신질환 통해 본 ‘自我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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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의 본질을 탐색하는 이 책의 원제목은 조엘 코언 감독의 제54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과 같은 제목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이다. 사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에 의해 형성되고 조종되는 ‘나’를 다룬 이 영화의 한 장면. 자료사진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 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 변지영 옮김 / 더퀘스트

마흔여덟 살 환자 그레이엄은 두 번째 아내와 헤어지고 실의에 빠져 욕조에 물을 채운 뒤 전기를 흘려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퓨즈가 끊겨 목숨을 건졌지만 그는 “나의 뇌가 죽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의사가 “당신이 자신을 느끼니, 죽은 게 아니다”고 해도 그는 “정신은 살아있지만 뇌는 죽었다”고 확신했다. 그의 병명은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이자 정신의학자였던 쥘 코타르가 처음 발견한 ‘코타르증후군’이다. 환자는 자신이 죽었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 내부 장기를 잃어버렸다고 믿는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주체의 근대철학을 연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코타르증후군 환자에게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로 바뀐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 ‘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의 몸에 대한 통합적 인식, 몸에 뿌리를 둔 자신과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 과거의 기억, 사회에 의해 형성된 인식 등의 일관된 덩어리…. 현대철학과 정신의학은 그런 개인적 정체성을 ‘자기감’(sense of self)이라고 부른다. ‘나’라고 하는 것, ‘자아’이다. 하지만 자아의 본질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나’는 정말 있을까, 환상일까, 뇌에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은 코타르증후군을 포함해 8개의 정신질환 환자, 곧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 자아의 본질을 찾아간다. 저자는 ‘뉴사이언티스트’의 부편집장을 지낸 인도 출신의 과학저술가다.

데이비드란 환자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한쪽 다리가 이물질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다리에 대해 “내 영혼이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혈대와 노끈을 이용해 다리를 절단하려 했고, 실패하자 드라이아이스에 다리를 담가 괴사시키려 시도했다. 수족 네 개가 정상적으로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몸이 불완전하다고 느끼며 신체 일부를 필사적으로 잘라내려 하는 사람들, ‘신체통합정체성장애’(BIID)라는 질환이다. 신체에 대한 통합적 인식은 ‘자아’ 형성의 기초이다. 이들에게 자아는 무엇인가.

자아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기억에 대해 살펴보자. 철학 교수 출신 앨런은 어느 날 기억이 조금씩 지워지기 시작했고 성격도 포악하게 변해갔다. 살아오며 축적된 모든 기억과 가치관, 세상과 가족, 사회에 대한 연결고리가 삭제됐다. 그는 부인에게 “나를 이 지옥 같은 구멍에서 꺼내 줘”라며 자살을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철학과 정신의학에서 자아의 기초 중 하나를 ‘서사(narrative)구조’라고 본다. 전체적인 삶의 이야기, 우리가 누구인지에 관해 타인에게,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이야기’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서사적 자아’가 해체된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책은 이 밖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유체이탈, 이인증(離人症) 등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을 겪는 환자들을 통해 뇌와 몸, 정신과 자아, 사회 사이에 복잡하게 이어진 연결고리를 탐색하며, 역설적이게도 이들 환자의 ‘자아’의 빈자리에서 자아의 정체를 포착하려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다뤄지는 ‘황홀경 간질’이라는 질환은 중요한 시사를 준다. 한 환자는 “발작이 일어날 때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그 안으로 녹아든다. 나 자신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황홀한 경험을 말한다. 이를 경험했던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썼듯이 “내가 나 자신, 그리고 온 우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자아가 사라지며 세상과의 경계가 흐려지지만 동시에 강력하게 자신을 인식하는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신비주의자들이 높은 수행단계에서 경험하는 세계이다. 저자는 부처가 자아의 본질을 깨달은 후 첫 설법을 했던 인도 사르타르를 찾아 책을 끝맺는다. 부처의 깨달음은 “나에 대한 인지적 집착들이 그 자체로 일종의 병이자 장애의 근원”이라는 것이었다. 자아에 대한 집착과 과잉된 자아는 진화의 산물로, 인간을 생존에 유리하게 하고 문화와 예술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문명사회가 되면서 생존과 직접적 관련없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정신 질환은 물론 인간사회의 많은 해악을 낳는 근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 증상이 경미하다면 오히려 자아에 대한 통찰을 얻음으로써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며, 그 통찰은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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