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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대선 앞 또 불거진 檢-警 수사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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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무소불위 檢… 수사권·기소권 분리로 견제해야 ”
檢 “경찰, 수사권 독점 땐 통제불능 거대 권력기관”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5월 9일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년 가까운 양측의 ‘전쟁’에서 검찰은 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경찰에 넘겨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과연 검찰이 수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수년간 연이어 터진 검찰의 자충수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전·현직 고위 검사의 비리, 되풀이되는 ‘하명 수사’ 논란은 검찰에 전례 없는 위기를 초래했고, 정치권에서는 고강도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눈치 빠른 경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검찰을 지목하는 강수를 두며 고지탈환을 노리고 있다. 경찰의 깃발에 달린 구호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다. 검찰은 경찰의 부족한 수사 능력을 우회적으로 부각하며 맞서 있다. 검찰은 특히 경찰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경찰의 비대화에 따른 ‘통제 불능의 거대권력’ 등장을 경고하고 있다.

1 또다시 불거진 배경은

최근의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검사장 출신 홍만표(58) 변호사는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진경준(50) 전 검사장은 현직 신분으로 김정주(49)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로부터 넥슨 공짜 주식을 받아 130억 원대의 이익을 본 혐의(뇌물) 등으로 기소됐다. 전·현직 검사의 비리가 잇따르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룡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더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불거진 ‘청와대 눈치보기’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은 수사권 조정 논의에 불을 붙였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수혜자인 경찰도 검찰에 전례 없는 공세를 가하고 있다.

2 수사권·기소권 현황은

현재 강도·절도와 같은 일상적 범죄 사건 등은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 대로 검찰이 기소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5년 검·경 사건처리 건수 비교’ 통계에 따르면, 전체 163만8549건의 범죄 중 검찰은 2만9837건(1.82%)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무려 160만8712건(98.18%)의 사건을 처리했다. 2012년 이후 경찰이 검찰로부터 사전 수사지휘를 받는 비율은 14%에서 0.5%로 줄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경찰은 이미 수사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경찰은 “현실을 반영해 수사권을 달라는 것인데 검찰이 권력을 놓기 싫어서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거나 직접 수사하는 0.5%의 사건에서 검찰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정치인과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연루 비리나 기업범죄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먼저 단서를 포착해 제대로 수사하려고 해도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이 협조하지 않으면 현실상 어렵다는 게 경찰의 큰 불만이다. 수사에 필수적인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등의 청구권은 현재 헌법상 검찰의 고유 권한으로 돼 있다.

3 경찰의 공격 논리는

경찰은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누려온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검사에게 집중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미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수사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경찰은 검사가 수사권은 물론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독점권·공소유지권·형 집행권 등을 모두 행사함으로써 견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고 지적한다. 부작용으로 △검찰 부패와 비리, 권한남용 △검·경 이중조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 △유죄 입증을 위한 무리한 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등을 꼽았다.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정해주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찰)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4 검찰의 방어 논리는

거꾸로 검찰은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할 경우 통제 불능의 거대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 있다. 검찰은 “현재 중앙집권화된 14만 명의 인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이 사법적 통제를 받는 유일한 분야가 수사 부문”이라며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면 정보 기능과 결합해 통제가 어려운 권력이 될 것”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줄 때 생기는 부작용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검사의 심사 기능이 폐지되면, 국민의 자유와 인권보호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검찰은 경찰에 대해 지금처럼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야 하고, 영장청구권·기소권을 경찰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유지’ 외에 답이 없다는 것이다.

5 검찰이 독점한 역사적 배경은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을 강조하고 있다. 1954년과 1957년 정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사법경찰관은 검사를 경유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사법경찰관리가 직접 판사의 영장을 받아 강제수사를 하면 검사가 범죄수사의 책임을 다할 수 없게 된다’고 적시돼 있다. 검사 영장청구권 규정은 1962년 형사소송법에서 헌법으로 격상돼 명문화됐다. 그해 12월 26일 개정헌법 제10조에 ‘체포·구금·수색·압수에는 검찰관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담겼다. 공식 설명자료에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헌법 규정으로 효력을 높였다”고 돼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근대적 검찰 제도는 시민혁명의 산물로서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6 그동안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은

굵직한 갈등만 이번이 4라운드째다. 1998년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이뤄진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가 1라운드였다. 2라운드는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허 청장은 “지구상에 없는 두 가지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한국 경찰의 수사권”이라며 대국민 선전전을 폈다. 3라운드는 2011년 형소법 개정 전후다. 이때 개정된 형소법은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수사진행권을 인정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이에 반발해 사퇴할 정도였다. 수사권 조정은 헌법 및 형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검찰 출신 국회의원들은 ‘친정’을 의식, 법 개정에 매번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외국 사례를 놓고서도 검·경은 공방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일본·독일·프랑스 등은 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모두 검사가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오스트리아·스위스에서는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고 직접 수사도 가능하도록 최근 사법제도를 바꿨고, 국제형사재판소·구(舊) 유고전범재판소·유럽검찰청 등에서도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를 맡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많을 뿐 아니라 최근 여러 나라가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고 있어 현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주장은 다르다. 경찰은 영국·일본·프랑스·독일 등은 사실상 경찰이 ‘수사의 주체’이며, 검·경이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의 수사환경과는 매우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8 검·경 갈등 주연은 누구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점잖고 우회적 표현으로 고공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일선 현장의 격돌은 보다 직접적이고 감정적이다. 지난 7일 정점을 찍었다. ‘검찰 저격수’라는 별명을 가진 황운하(55)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포문을 열었다. 경찰청은 지난해 말 수사권 조정 업무를 책임지는 수사국 수사구조개혁팀을 개혁단으로 격상시키고 황 경무관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황 단장은 “경찰 생활 32년간 수사구조개혁을 목표로 살아왔다”고 말할 정도다. 황 단장은 “지난해 발생한 숱한 (검찰 내부) 비리 등을 통해 지금의 검찰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이미 드러났다”며 “현재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은 검찰이라는 것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권순범(48·사법연수원 25기)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이례적으로 즉각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권 단장은 “황 단장의 도를 넘은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맞받아쳤다. 권 단장은 “국가공무원인 황 단장의 발언은 기관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검찰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은 앞으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검·경 간 감정싸움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9 주요 대선 후보 입장은

제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다섯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 따르면, 모두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존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인력으로 제3의 수사청을 별도로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특정 범죄 및 피해 수준, 범죄 횟수 등을 기준으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10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 상황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검찰개혁 법안에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 신설을 골자로 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있다. 양승조·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공수처 관련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 등을 위한 공수처 설치 내용을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해선 금태섭·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금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은 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권을 경찰에 부여하도록 했다. 표 의원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은 수사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사법경찰관이 수행하도록 하며 구속영장도 사법경찰관이 집행하도록 했다. 이 역시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손기은·최준영·박세희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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