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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잔디밭에 들어갔다 혼났니?… 얼른 커서 골프장 가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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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 빨갛게 물들어오는 그날 모든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나만의 세계로 몰입해본다. 세상의 행, 불행도 내 안에 있는 것. 그 속으로 나를 보낸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아이가 혼났다. 엄마가 아이의 등을 내리치며 혼을 내고 있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이가 했나 보다. 안 된다고 했는데 아이가 되는 행동을 했나 보다. 한참을 지켜봤다. 아이는 꽃잔디가 너무 예뻐 화단에 들어가 꽃을 꺾었나 보다. 아이 엄마는 꽃밭은 많은 사람이 보라고 있는 것이지, 들어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꾸중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니 쓰디쓴 웃음이 지어졌다. 어릴 적 학교 꽃밭, 고궁 잔디밭에 들어갔다가 혼나고 벌 받고 반성문을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시는 꽃밭, 잔디밭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썼던 게 기억났다.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도 얼른 커서 골프장으로 오라고 귀띔해주고 싶었다. 골프장에 가면 실컷 잔디를 밟고 꽃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그러고 보니 우리 한국인들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꽃밭과 잔디를 마음대로 밟을 수 있어서인 것 같다. 매년 서원밸리 골프장 잔디 코스를 주차장과 많은 사람에게 맘껏 밟고 즐기라고 개방한다. 가족이 잔디밭으로 몰려들었고 그곳에 텐트도 치며 환호했다. 폭발적 반응과 감동으로 이어졌다.

그 아이의 엄마를 나무랄 수도 없다. 적어도 그 세대들은 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배웠으니 말이다. 이제부터는 만져보고 밟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 같다. 특히 중요한 것은 꽃과 잔디는 순환성 생명이기 때문에 내년 봄이 되면 다시 파랗게, 붉게 피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자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 만져보고 밟아보고….

벼가 잘 자라고 있는 논에 풀이 자라고 있으면 잡초다. 하지만 골프장 코스 잔디밭에 벼가 자라면 이 역시 잡초이다. 잡초는 제거해 줘야 주식물이 잘 자란다. 넓은 들판에 풍년초(일명 개망초)가 지천으로 깔려 있으면 농부들은 한숨부터 짓는다.

하지만 골프장에 풍년초가 홀 주변에 작은 계란 프라이처럼 하늘을 향해 피어 있으면 골퍼들은 환호한다. 1800년대 말 경인철도 설치를 위해 캐나다산 침목이 들어왔을 때 함께 딸려온 씨앗이 바로 풍년초다. 하필이면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에 우리나라에서 피어나 개망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는 변화한다. 따라서 세상엔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김수영의 시 ‘풀’이 꼭 민중이어야 하고 ‘바람’이 권력이어야 할 절대적 가치는 필요 없다. 풀은 풀이고 바람은 바람이다. 그래서 골프장에 가고 싶다. 절대적 가치도, 맞음과 틀림을 강요하는 시험도 없기 때문이다. 맘대로 밟아도 될 잔디가 있고 꽃씨가 마음대로 날아다니다가 내리고 싶은 곳에 앉아 싹을 틔우고 꽃피우면 되니까.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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