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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트럼프의 ‘얇은 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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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워싱턴 특파원

기업가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집이 세다. 기업가 특유의 ‘직감·배짱(guts)’이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도 16명의 쟁쟁한 경쟁 후보를 다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쏟아낸 인종·성차별적 막말 때문에 공화당 주류가 ‘반(反)트럼프’ 전선에 속속 동참하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텼다. 특유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이 동력이었고, 결국 지난해 11월 본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세론’도 꺾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귀가 얇다. 특히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서 그렇다. 외교·안보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 크게 의존했지만, 4월 들어서는 중도 보수파 주장에 손을 더 들어주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용론’을 뒤집었고,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도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은 바로 동북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0∼11일 워싱턴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휴양지 마라라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했고,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위대한 동맹”이라고 칭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 연일 “우리는 궁합(chemistry)이 참 좋고, 시 주석을 존경하게 됐다”고 칭찬하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시 주석이 중국·한국 역사를 설명했는데,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하기까지 했다.

우리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동북아 3국이 누가 트럼프 대통령 귀를 잡느냐는 중요한 게임을 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한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1차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권력공백 장기화로 아예 게임에 출전을 못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5월 9일 대선 이후가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먼저 잡지는 못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귀를 잘, 오래 잡으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여느 대통령보다 학습능력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1 대 1로 설득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 그러려면 일단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급적 빨리 만나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당선되든 간에 취임 직후 곧바로 미국을 방문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해야 한다고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특히 차기 정부가 로이 캠파우슨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선임부회장의 조언을 새겨들었으면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등 동북아 주요 문제를 논의하려면 누구와 하겠나. 아베 총리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한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면 곤란하다. 취임 후 조속히 미국에 와서 단 몇 시간이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야 한다.”

boyoung22@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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