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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1일(金)
“性평등은 여성·남성 넘어 모두의 일… 이게 페미니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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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여론조사 전문가로 30, 40대를 보낸 셸리 잴리스는 50대에 접어들면서 여성운동가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여성들의 네트워킹 조직인 ‘걸스 라운지’와 성평등 일터를 지향하는 ‘피메일 쿼션트’를 설립한 뒤 전 세계를 방문하며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올해 걸스 라운지를 한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열고 싶다고 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여성지수’ 주창 셸리 잴리스 美TFQ 설립자

아이큐(IQ·지능지수)보다 이큐(EQ·감성지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복잡한 세상에선 머리 좋은 사람보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어려움을 극복하며 더 유연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큐가 특별히 강조됐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선 아이큐, 이큐를 넘어 에프큐(FQ·여성지수) 시대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지수라는 뜻의 에프큐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하면서 여성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기업 및 다양한 조직 운영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여론조사 전문 기업인인 셸리 잴리스(55)는 아예 더 피메일 쿼션트(The Female Quotient·TFQ)라는 조직을 만들어 이끌고 있다. 그는 페미니즘 운동을 3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여성을 위한 여성들만의 페미니즘1.0이고, 두 번째는 여성운동에 남성들의 참여를 촉구한 페미니즘2.0이다. 페미니즘1.0과 2.0은 모두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특정 성(gender)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잴리스가 주장하는 페미니즘3.0은 여성, 남성 어느 한 편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기보다 남녀차별 없이 보편적인 기회 제공을 통해 사회·경제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이가 있다.

에프큐는 결국 페미니즘3.0이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개념인 것이다. TFQ의 CEO로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지난 3월 하순 홍콩에서 강연을 한 뒤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잴리스를 3월 24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여론조사 분야 기업에서 일해온 그가 여성운동, 특히 성평등 캠페인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언제 도착했나.

“45분 전. 오자마자 만나게 되어 기쁘다.”

―한국에 온 것은 몇 번째인가.

“6번째인데 그간 강의를 하러 왔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데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창의적이고 신선하다.”

―그간 왔을 때 어떤 강의를 했나.

“기술적인 것을 많이 얘기했다. 한국이 온라인 리서치 분야에서 어떻게 도약할 것인가, 디지털 이슈 등이 주요한 주제였는데 요즘에는 여성 능력 강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방한 목적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잠깐 들렀다. 강연 등 공식 일정은 없다. 오늘은 내 55번째 생일인데, 서울의 맑은 공기와 햇살 속에서 생일을 보내게 돼 기쁘다. 사람들은 생일이 되면 나이 먹는 것을 걱정하며 조금 예민해지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떻게 마음먹느냐가 중요하다.”

―5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며 살아온 비결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노력해왔다. 일과 가정의 조화, 한발 더 나아가 일과 가정, 커뮤니티, 친구, 자기 자신 등 5개 부문을 잘 관리하려고 힘썼다. 삶의 단계에 따라 비중이 좀 달라질 수는 있다. 가정의 개념을 생각할 때 아버지, 어머니 등의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5개 부문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다. 삶이란 큰 파이는 5개 조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잊지 마라. 나는 세 아이가 어릴 때는 커뮤니티에 많이 기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아이들에게 쏟았던 열정과 시간을 커뮤니티에 돌릴 여유가 생겼다. 삶의 각 단계에서 각 파이에 얼마나 비중을 둘지는 자신이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생의 5개 부문을 적절히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기업인으로서 활동하며 세 아이를 낳아 잘 키웠다니 놀랍다. 요즘 한국에서는 일하는 여성들의 결혼율과 출산율이 크게 떨어져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누구나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를 갖든 안 갖든 선택을 할 자유가 있다.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셋 낳았는데 다행히 다 잘 컸다. 집안일을 하고 세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외과 의사인 남편과 육아와 집안일을 나눠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나누지 않고 파트너로서 서로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간에 한다는 원칙으로 살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가급적 아이들과 함께 있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늘 함께해주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면 언제든 함께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얘기했다. 반면에 내 여동생은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낳지 않았는데, 자신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며 산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인생은 짧다.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얘기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라, 본성이 원하는 일을 하라, 즐겁게 살아라.’ 그런데 만나는 여성들은 대부분 ‘내가 이것을 했어야 했는데 ’ ‘이것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것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많이 하더라. 나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no regret policy)’는 생각을 견지하며 살아야 한다.”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뉴욕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그는 홍콩에서 2시간여 동안 기업인 대상 강의를 한 뒤 이날 서울을 찾았다. 2∼3일간 지인들을 만나며 서울의 변화상을 살펴볼 예정이었는데 친정아버지가 아파서 일정을 1박 2일로 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주말을 보낸 뒤 댈러스로 날아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부인 셰리 여사 등과 조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의 여성 리더들을 각성시키고 조직적 연대를 하기 위해 전직 퍼스트레이디들이 ‘퍼스트레이디의 아침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셸 오바마 여사와도 ‘여성들을 배우게 하라(Let Girls Learn)’ 캠페인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했다. 전직 퍼스트레이디들을 친구이자 여성운동의 파트너로 삼고 있는 셈이다.

▲  미셸 오바마(왼쪽 다섯 번째) 여사와 셸리 잴리스(〃여섯 번째)가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렛 걸스 런 캠페인을 벌이고있다. TFQ홈페이지

―평생 여론조사 기업에서 일하다 어떻게 여성캠페인 사업을 하게 됐나.

“시장 조사 분야에서만 35년간 일했는데 여성 캠페인 관련 업무는 일종의 사고처럼 우연하게 시작됐다.”

―어떤 분야의 시장 조사를 했나.

“닐슨에서 여론조사 일을 했는데 대중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는 일을 주요하게 했다. 남성 보스 밑에서 일하면서 관행 준수를 중시하는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다. 그러다 2000년 독립해 온라인 테스팅 익스체인지(Online Testing Exchange·OTE)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내 방식대로 키웠다. 남성 보스 밑에서 수직적 위계질서에 따라 관행을 중시하며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적 방식, 그러니까 수평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개별 직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가정의 특수한 조건을 헤아려주고 보살펴주는 방식으로 일했다. 그 결과 OTE는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2010년 입소스에 8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후 이 회사는 입소스OTE가 됐고 나는 이 회사의 이사회에 여성 멤버 2명을 참여시켰다. 이사회에 여성이 1명 있을 때와 달리 2명이 되면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성이 혼자 있으면 고립되는데 2명이 되면 연대할 수 있고 연대하게 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마음가짐이 다른 이사가 2명이 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상대성이론의 원리를 밝혀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그렇게 주장했다. 마음가짐이나 사고방식이 같은 사람들끼리 있으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고.”

―‘마음가짐을 다르게 해야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 멋진 표현이다.

“‘더블 유어셀프(Double yourself·너자신에게 집중해라).’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내 식대로 표현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늘 가던 곳에 가려 하고 먹던 것을 먹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나는 그런 방식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늘 나 스스로에게 더블 유어셀프라고 최면을 건다. 그래야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더블링 유어 라이프(Doubling your life·네 방식대로 살아라)’라는 말을 해왔다. 나 또한 지난 34년간 ‘더블링 마이셀프’ 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것은 내게 큰 에너지를 줬다. 나는 늘 내 식대로 살아왔다. OTE 설립 후 6개 도시에서 25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여론조사 기업으로 키울 때도 내 방식, 내 철학대로 했다.”

―남성 보스 밑에서 일하다 회사를 설립해 여성 보스가 됐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남성적 리더십은 수직적으로 지침을 내려보내며 복종을 요구하는 스타일이고, 여성적 리더십은 수평적으로 토론하며 사안을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여성 CEO로 회사를 오래 경영하다 보니 때로는 남성적 리더십, 때로는 여성적 리더십이 필요하더라.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장점을 수렴해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세라 제시카 파커가 ‘남성적인 척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고 보니 헤어스타일이나 웃음, 얘기하는 태도가 세라 제시카 파커와 많이 닮은 듯하다.

“정말?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웃음) 내가 제시카를 만났을 때 사람들이 내게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준 적도 있다.”

―문제는 세라 제시카 파커 스타일로 일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일 텐데.

“여성이 남성인 척할 필요는 없다. 여성이 페미닌(feminine·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숨기거나 없애지 말아야 한다. 그런 특징을 인간으로서의 능력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여성 리더 또한 남성 리더십을 흉내 낼 필요가 없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남성적인 동시에 여성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니 어느 한 편이 좋고, 다른 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에 충실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그런 특성에 입각해 조직에 뭐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TFQ를 만들기 전에 걸스 라운지(The Girls’ Lounge)를 만들어 여성 네트워크 활동을 해왔는데, 레이디(lady)나 우먼(woman)이 아니라 걸이란 표현을 택한 이유가 있나.

“그것도 마음가짐과 관련돼 있다. 걸, 레이디, 우먼 등 여러 용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에서 우먼이란 표현을 쓰면 경쟁하고 갈등하는 관계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걸이라는 용어엔 그런 경쟁과 갈등이란 이미지가 없다. 서로 얘기하고 협력하고 도전하는 풋풋한 이미지다.”

―10대들처럼 말인가.

“물론이다. 소녀 시절을 생각해봐라. 거기엔 경쟁이나 갈등보다 서로 협력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는 이미지가 들어있다. 모든 조직은 좀 지루하고 답답한 측면이 있다. 직장 일을 하다가도 걸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발랄해지고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걸 프렌즈, 걸 파워, 걸 스카우트를 생각해봐라.”



―모든 여성이 연령과 관계없이 소녀시대를 떠올리며 서로 협력하라는 메시지인 듯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여성들이 서로 돕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는데 나는 그의 말을 뒤집어 ‘여성들이 서로 도우면 천국에 가게 된다’고 자주 얘기한다. 여성이 서로 경쟁하기보다 협력하고 이끌어주면 서로가 빛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소수자이다. 소수자들은 대개 어느 자리, 어느 조직에서나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그런데 여성이 그렇게 혼자 있으면 위축되는데, 그런 여성들이 두 명, 세 명이 되면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생긴다. 그리고 서로 목소리를 내고 얘기하다 보면 그 목소리가 증폭돼 더욱 강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런 주장은 요즘 한국에 바로 필요한 얘기들이다.

“걸스 라운지는 그렇게 각 회사에 흩어져 있던 여성들이 함께 모여 얘기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연대를 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평소엔 각 회사에서 고립된 상태로 일하지만 걸스 라운지에 모여 한 이슈에 대해 얘기하고 공감하다 보면, 자신이 고립돼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고, 무언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자의식이 생기는 것이다.”

―걸스 라운지를 2012년 처음 시작했는데 그간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지난 5년간 걸스 라운지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여성 1만7000여 명이 네트워킹을 했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는 지난해 처음 걸스 라운지를 운영했는데 대성공을 거뒀고 올해도 열었다.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도 걸스 라운지를 열고 싶다.”

―다보스 걸스 라운지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논의했나.

“일터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자는 의견을 논의했다. 기업은 100여 년 전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고 남성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그래서 당초부터 케어기버(care giver·보살펴주는 존재)로서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기업을 관리하면서 우리 일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보살펴주는 존재라는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처음 직장에 들어가면 남녀 비율은 대개 50 대 50이다. 그런데 관리자 레벨로 가면 70 대 30이 되고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은 점점 더 줄어든다. 직장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가정에서 요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휴직을 하기도 하고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더러는 일터를 떠나 창업을 하기도 한다. 내 경우가 그랬다. 완전히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내 라이프스타일대로 회사를 만들고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운영했다.”

―그런 측면에서 페미니즘의 새로운 단계를 연 리더라는 평을 받는 것 같다.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 역사를 짚어볼 때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페미니즘1.0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위한 여성(she for she)의 개념을 견지했다. 페미니즘2.0은 (영국 배우) 에마 왓슨이 대표적이다. 핵심적으로는 남녀가 동등하기에 남성이 여성을 지지해야 한다는 ‘히 포 시(he for she)’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회를 갖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그의 2014년 유엔 연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면에 페미니즘3.0은 우리를 위한 우리(we for we)를 지향한다. 성 평등은 여성의 문제만도 아니고 남성의 문제만도 아니다. 우리들의 문제이고 모든 인간의 문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3.0은 더 이상 페미니즘이 아닐 수 있는데.

“어떻게 불리든 간에 남녀를 떠나 젠더의 측면에서, 인간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일은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일터를 좀 더 유연하고 민주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일터를 재구축하는 것은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 규칙상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모성 또는 부성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남녀 모두 동등하게 더욱 창조적이고 유연하고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생산성은 물론 효율성, 창의성도 높아진다. 회사에서 모성 휴가와 부성 휴가를 동등하게 접근하고, 육아 때문에 밤에 일할 수 없는 사람이나 각 가정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주말 근무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선 배려하자는 것이다. 직장에서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떠나 아이들이 있을 경우, 부모 휴가(paternity leave)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 개개인의 조건에 맞게 유연근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가.

“직원들과 업무 관련 인터뷰를 할 때 개개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근무를 유연하게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내 경우 55세이고 아이들은 다 컸는데 친정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 걱정이 많다. 물론 내가 회사를 경영하기 때문에 뭐든 할 수 있지만, 내가 중간 관리직일 경우 친정아버지를 보살펴드려야 하기 때문에 주말 근무는 어렵고, 주말 출장은 어렵다는 식의 얘기를 회사 측과 해서 근무시간이나 형태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누구도 얘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런 이슈를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나온 인터뷰를 보니 당당하게 ‘나는 트러블메이커(문제 유발자) 대장이었다’고 했던데.

“그렇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가 뭔가 문제(trouble)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매일매일 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는 모습이 멋지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소용이 없다. 행동에 나서야 한다. 144개국의 성평등 지수를 보면 중국은 99위인데 미국은 45위다. 2년 전 미국은 28위였는데 그렇게 추락했다. 추락 원인은 모두들 말만 하고 행동은 안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남성 근로자가 1달러 받을 때 여성은 79센트를 받는다. 그렇게 남녀 임금 격차가 있다. 그래서 걸스 라운지에서는 남성에게 1달러에 파는 사탕을 여성들에겐 79센트에 판다.”(웃음)

―상대적으로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진보 성향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양성평등에서 진전이 없었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시 미셸 여사가 추진했던 여성 관련 프로젝트에 나도 많이 관여했는데 국제적 기준에서는 퇴보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엔 이민자 규제 등이 겹치면서 양성평등 면에서 후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많은 여성들이 반(反) 트럼프 시위에 나서고 있는데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한 일이 없는데 왜 트럼프를 비난하느냐고 했다. 그가 물론 여성 혐오론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여성 상황이 아직 악화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 때 별로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워싱턴 등 미 전역에서 진행된 여성의 행진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그 행진이 진행될 때 나도 워싱턴에 있었다. 여성참정권 운동의 중심지인 벨몬트폴 전국여성평등기념관에서 걸스 라운지를 열었다. 그것은 훌륭한 행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투표 자체를 하지 않아 그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물러나 있지 말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미국 지폐에 여성을 넣어야 한다는 캠페인이 진행되다가 중단된 느낌인데 어떻게 된 것인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0달러 지폐의 디자인을 2020년에 교체할 예정이다. 2020년은 1920년 미국 수정 헌법 제19조가 통과되면서 여성이 투표할 수 있게 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여성계에서는 10달러 지폐에 그려진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밀어내고 흑인 여성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을 넣어달라는 청원을 해왔다. 그런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해밀턴’이 대성황을 이루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뮤지컬 해밀턴 때문에 (10달러 지폐에서) 그를 밀어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혔다. 그래도 여성들이 해밀턴은 10달러 지폐에 너무 오래 있었으니 교체해달라고 재차 캠페인을 벌였더니 루 장관은 10달러 지폐의 해밀턴 대신 20달러 지폐의 앤드루 잭슨 자리에 (터브먼이) 들어가는 게 어떠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20달러 지폐는 2030년이 돼야 교체할 수 있어서 너무 늦다. 다시 논란을 벌이다 10달러 지폐 뒷면에 여성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입장을 재무부 측에서 제안해왔다. 미국의 모든 지폐를 보면 앞면은 대통령, 뒷면은 건물로 돼있다. 그래서 그건 어렵다고 했다. 지금 그렇게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낙선으로 실망이 클 텐데 앞으로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은 언제쯤 나오게 될까.

“나는 이미 그녀가 천장을 깼다고 본다. 그녀는 과감하게 위대한 일을 했다. 아프리카의 사파리에 가보면, 동물들이 강을 건너 이동할 때 아주 감동적인 광경을 보게 되는데, 무리의 리더가 먼저 발을 담그고 몸을 담근다. 그러고 나면 모든 무리가 따라 건넌다. 클린턴 전 장관이 바로 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흑인으로서 처음 그런 일을 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비록 성공하지 못했다 해도 강물을 건널 때 먼저 발을 담그고 몸을 담그는 일은 해낸 것이다. 다음은 오프라 윈프리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미지의 여성 리더가 나올 수도 있다. 아니 앞으로는 굳이 여성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 리더가 아니다. 여성적 캐릭터를 지닌 리더이다. 경쟁하기보다 협력하고 괴롭히기보다 보살펴주고 서로 성장을 함께 해나가도록 이끌어주는 리더, 그런 리더가 여성적 캐릭터의 리더다.”

―영감을 주는 인터뷰였다.

“미국에선 카트리나처럼 허리케인 이름이 여성일 때 비록 아주 파괴적이었다 해도 그것을 그렇게 큰 재난이었다고 기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보살펴주는 존재라는 인식이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큰 조직이라고 해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삶을 받쳐주는 원칙은 이렇게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이다.”

오후에 시작된 대화는 저녁까지 이어졌고,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엔 온몸의 근육과 뇌의 긴장이 풀리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그마 같은 그의 열정과 에너지에 감전된 것 같았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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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오픈 ‘깜짝 스타’ 혼 “한국서 첫 승리…오기를 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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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徐遊記]
mark(1214) 59장 기업가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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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머]
mark아내와 지하철에서…
mark얼마나 날씬해지고 싶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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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 검찰, 故 김광석 딸 사망사건 재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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