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4>“4차혁명 民·官협력 답인데 ‘정부 견인 vs 기업 자율’ 논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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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選후보 ‘4차 산업혁명 공약’ 점검

文 ‘정부 주도’ 安 ‘민간 주도’
“본질 벗어난 무의미한 공방”

벤처·스타트업 붐 조성 공약
“알맹이 없고 구체성 떨어져”

직속委·협의체 등 신설 계획
“위원회 만드는 게 가장 쉬워
과거 노사정위도 해법 못내”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내놓은 제4차 산업혁명 공약을 두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들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나 비전이 없을뿐더러, 내용과 혁신적인 측면에서도 모두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부와 민간 중 누가 주도해야 하느냐는 불필요한 논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 중심 정책과 규제 개혁, 연구·개발(R&D) 역량 확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허한 선언적 구호만 가득 = 25일 문화일보가 ICT 분야 전문가들에게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한결같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답을 내놨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은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벤처 혁신 붐을 일으키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알맹이가 전혀 없는 얘기들만 하다 보니 공약이 공허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고, 유럽은 전 사회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산업만 바꿀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지에 대한 고민부터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원회 설치·정부 부처 개편만으론 한계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4차 산업혁명 관련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원회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하기 쉬운 게 위원회를 만드는 것이지만, 위원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과거 정부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아무 결론을 못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교육부를 없앤 뒤 사회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 부문을 다루는데 위원회에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민간 주도 논쟁 의미 없어 = 문 후보는 정부 주도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는 정부 주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주도형이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방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주도냐, 민간 주도냐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모르는 수준 낮은 논쟁”이라며 “누가 맞는다는 정답은 없지만 초기부터 정부가 나서서 뭘 하라고 지정해 버리면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으므로, ‘기업이 잘하는 방법을 택해서 해봐라, 그럼 제도나 법률 등 발목 잡는 것을 풀겠다’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와 민간이 같이 가야 한다”며 “민간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정부가 나서야 하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는 먼저 민간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개혁 서둘러야 = 대기업을 위한 규제 개혁 논의에 반대 뜻을 보이는 심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대체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광형 교수는 “5~10년 전 규제가 필요해 칸막이를 쳐놨더라도 지금 불필요하면 바로 걷어 내야 한다”면서 “현재 국회 구조가 입법을 통한 규제 개선이 원활한 상황이 아닌 만큼, 차기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들이 더 구체적으로 규제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네거티브 규제(꼭 필요한 규제 외에는 모두 허용)로의 전환은 박근혜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에서 모두 얘기했던 것인 만큼, 구체적인 규제 개선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중심 정책 짜야 = 4차 산업혁명 정책은 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 텐센트, 알리바바, 아마존처럼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회사들은 모두 설립 20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이었다”면서 “4차 산업혁명도 결국 스타트업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논문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R&D 관련 트렌드를 소개하면서 “국내 R&D 환경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변해야 하고, 정부의 R&D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석범·임정환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