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美의회는 스스로 끊임없이 개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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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석 고려대 교수·행정학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업자는 116만7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만4200명 늘었다. 그리고 대졸 이상의 실업자는 54만3000명으로, 사상 처음 5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에 9.3%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을 퇴임 직전에는 4.9%까지 떨어뜨렸다. 큰 문제를 푸는 것은 그래도 정부다.

대통령 선거가 2주일 앞이다. 대한민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정부가 필요하다. 당장 우리에게 닥친 안보 위기를 넘겨야 하고, 사드 보복 문제도 풀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 양극화와 실업,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의 큰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보다 좋은 정부로 다듬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

촛불 시위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지 못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항의였다. 그러나 더 나아가 촛불 시위는 5월 9일 선거 결과 당선자가 취임할 새 대통령, 그리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에게 커다란 시대적 소명을 부여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담은 좋은 대표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 여기서 정부란 행정부와 국회를 함께 뜻한다.

촛불 시위에서 수백만의 시민은 그 규모에도 불구하고 매우 질서 있게, 심지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의 성숙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5000만 명이 모여 사는 국가의 일상적 통치는 대표민주주의 방식으로 구성한 정부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로 나타난 국민의 기대에 대한민국의 대표민주주의 체제는 어떻게 반응해 스스로를 혁신하고 있는가? 행정부의 경우에는, 새 대통령이 수장이 되고 그의 국정철학에 맞춰 어떤 형태로든 조직 구조와 과정에 대한 혁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행정 혁신이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행정부의 혁신과 관련해서는 그래도 비교적 많은 이론과 방법론이 개발돼 있고, 조언을 제공하려는 전문가 집단도 대학과 연구소에 크게 형성돼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큰 규모의 정책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른바 총합정부적 접근에 기초한 행정 혁신을 도모하고, 헌법 가치 수호를 위한 공직윤리 및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제 방향일 것이다.

한편, 대표민주주의의 핵심 기구인 국회는 어떻게 혁신돼야 하는가? 국회에 있어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 사태의 우선적 결과는 다당제의 출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국민이 다당제로의 새로운 이합집산만을 보기 위해 촛불 시위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행정부의 위상이 국회보다 월등히 높고, 행정부가 국정을 주도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국회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서, 요즈음 행정 관료들은 국회 국정감사장 앞에 열을 지어 대기하고, 법률안 통과를 위해 국회의 눈치를 본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좋은 정부를 만드는 일은 좋은 국회를 뺀 채 생각할 수 없다. 국회가 제때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협조하지 않으면 경제 양극화와 실업,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대비 등과 관련한 과업을 행정부가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똑똑한 국회의원들을 모아놓았다고 좋은 국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의 미국 의회는 좋은 의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개혁한다. 예를 들어 월남전 확전, 워터게이트 등을 겪으면서는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의 예산권을 제한하고, 방송 매체를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고는 상임위원장의 지나친 권력을 줄이고, 정책 결정 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소위원회를 강화하고, 개별 의원의 권한을 늘리는 개혁을 이루었다. 또한, 비록 평이 엇갈리지만 ‘미국과의 계약’이란 개혁을 추진했고, 의회책임법(CAA)을 가지고 있는 곳이 미국 의회다. 그들은 정책 능력, 국민 신뢰 등의 측면에서 행정부에 뒤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개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은 제 몫을 했다. 이제 국회와 행정부의 차례다.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책임지고 있는 선출직 공직자들은 참여민주주의의 함성을 제대로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국민이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