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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4월 26일(水)
발연기는 발냄새만큼 고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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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연기가 너무 어색하고 지나치게 연기력이 부족한 경우’라는 설명이 뜹니다. 근데 왜 하필 접두어가 ‘발’일까요? 발은 죄가 없습니다. 다만 못 그린 그림을 보며 “발로 그려도 더 잘 그리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연기를 못하는 것을 꼬집는 표현일 뿐이죠.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연기를 못하는데 왜 연기를 할까?’입니다. 공부를 못하는데 학벌을 높이는 데 힘쓰거나, 운동을 못하는데 운동선수가 되려 애쓰지는 않죠. 하지만 연기력이 부족해도 연기로 밥을 먹고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가 있다는 것이 발연기 탄생의 배경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기는 못해도 배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배우의 필요충분조건이 연기력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 선수의 필요충분조건은 뜀박질이죠. 100m를 20초에 뛰는 이에게 “열심히 해보자”며 달리기를 권하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다릅니다. 빼어난 외모를 가진 이들은 어릴 적부터 “배우 해보지 그래?”라는 말을 자주 듣죠.(‘미스코리아 대회 나가보라’는 권유와 비슷합니다) 외모가 뛰어나면 일단 대중의 관심을 끌고 주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요즘 가요계에는 노래 못하는 가수가 꽤 많습니다. 가수(歌手)지만 노래를 못한다는 건, 목수(木手)지만 톱질을 못한다는 것과 진배없죠. 특히 그룹 단위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내에는 웬만한 일반인보다 음감이 부족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가수’가 아닌 ‘아이돌’이라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돌 안에서도 역할이 나뉩니다. 노래를 맡는 보컬이 있고, 래퍼가 있고, 댄서도 있죠. 몇몇은 ‘비주얼(visual) 담당’이라고 당당히 밝히곤 합니다. 통상 이들이 선천적 외모를 바탕으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 되고, 그들 중 몇몇은 발연기의 주인공이 되곤 하죠.

그럼 연기를 못하는 아이돌을 왜 출연시킬까요? 이는 한류 시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은 주로 스타들의 외모와 작품 속 캐릭터의 매력에 빠집니다. 한국어를 완벽히 모르니, 발연기 스타들의 연기톤이 어색하다는 것조차 모르죠. 또한 중국, 일본의 경우 한국 드라마에 연기력 뛰어난 자국 성우의 목소리를 입혀 더빙하니 연기력 또한 그럴싸해집니다. 외국에서의 인기는 한류 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의 해외 판권 금액을 높이죠. 제작사나 방송사가 발연기 스타들에게 굵직한 배역을 맡기는 이유입니다.

이런 경제적 논리가 깔려 있지만 발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화가 납니다. 혼자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죠. 1명의 발냄새가 방 안을 채우듯, 1명의 발연기가 작품 전체에 고릿한 냄새를 풍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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