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장착 정자로 여성 생식기관 암세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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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연구팀, 자궁 · 난소암 실험 성공
면역거부 없고 암세포 정확히 찾아가

남성의 정자에 항암제를 장착시켜 여성 생식기관의 암세포만 정확하게 찾아가 죽이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 통합나노과학연구소(IIN) 과학자들은 정자를 ‘유도 미사일’처럼 활용해 자궁암이나 난소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암 치료법의 동물시험에 성공했다.

26일 과학 매체 ‘Phy.org’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정자가 인체에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체내 깊숙한 부위에 있는 난자를 정확하게 찾아가 침투하는 특성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IIN 연구팀은 약물 독성이 암세포뿐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 병들고 죽게 하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해결하면서도 외부에서 침입하더라도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받지 않는 정자에 주목했다. 정자는 특정 당분 분자(당단백질)를 운반하지만, 인간의 면역시스템이 이를 받아들인다.

특히 긴 꼬리 같은 편모를 활용한 강한 추진력으로 헤엄쳐 나팔관에 들어간 뒤 난자 막을 뚫고 들어가 수정하는 성질이 있다. IIN 팀은 ‘독소루비신’이라는 항암제 액에 정자를 몇 시간 동안 담가 약물을 흡수토록 했다. 이후 정자의 머리 부분을 수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한 금속 ‘투구’로 덮어 암컷의 생식기관에 주입했다.

정자에 금속 ‘투구’가 있어 초음파 영상으로 이를 관찰하면서 자기장을 이용해 방향과 움직임을 조종하면 암세포가 있는 부위로 정확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암세포에 도달한 정자는 난자에 침투하는 것처럼 암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고 투구에 달린 4개의 ‘금속 팔’이 암세포에 달라붙게 해줘 약물을 분사하게 된다. IIN 연구팀은 소의 정자를 이용한 실험실 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향후 인간 정자를 이용한 실험과 생체 실험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