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중립적 제3자 조정 길 열려… 아파트 소송비용 낭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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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공동주택조정위원장

지난해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에서 동대표 해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분쟁 조정 신청이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됐다.

위원회는 분쟁 당사자 양측의 입장과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만약 분쟁 당사자들이 소송이라는 극단적 해결 방법을 선택했다면 소송비용 등 만만치 않은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소송 후에도 한 아파트 공동체인 이웃끼리 계속 얼굴을 붉히며 지내야 했을 것이다.

조정은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의 한 형태로서 소송처럼 승패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당사자 모두는 조정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부할 권리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조정은 소송보다 분쟁 당사자들의 수용도가 높고 소송처럼 수년씩 장기간의 공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 중 아파트, 연립,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비율은 약 70%에 이른다.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분쟁으로 인한 소송도 연간 30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유형도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 운영, 공사 용역업체 선정, 관리비·장기수선충당금, 잡수입의 집행 등 복잡하고 다양하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선 소송비용에 관리비가 쓰일 수 있다. 분쟁의 성격이 입주민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 당사자 개인 비용이 아닌 관리비가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발전을 위해 쓰일 소중한 재원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송 결과의 끝은 이웃 간 상호 불신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애써 소송까지 했는데 법원에서 화해 또는 조정권고가 나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럼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정부에서는 2016년 8월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운영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맡겼다. 공동주택과 관련한 분쟁을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중립적 제3자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하여 조정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이 해임 무효를 주장하며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 절차를 시작조차 못한 사건이 있었다. 지방분쟁조정위원회가 있는 경우 중앙에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청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얻지 못한 것이다.

물론 상대방은 조정 신청에 대한 동의를 해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은 분쟁 당사자가 소송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경우만 바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정 신청에 동의한다면 어떤 손해를 보게 될까? 필자는 특별히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양 당사자는 조정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중립적 제3자에게 펼쳐 보일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분쟁 당사자가 소송을 시작하게 되면 더 이상 조정제도는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는 소송 대비 조정의 장점을 알리고, 접수되는 모든 사건의 조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동주택 생활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분쟁이 있다면 주저없이 조정제도를 활용하는 문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