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보수 단일화’ 최대의 敵은 후보 私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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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대선이 채 2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보수(保守)의 결집을 바라는 국민의 소리가 높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보수가 지금처럼 분열된 상태로 가게 되면, 정권이 좌파로 넘어가 북핵 위협 속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선 앞에서 보수층이 분열한 것은 탄핵 정국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바른정당은 태극기 민심과는 다른 촛불 민심과 탄핵 찬성을 기치로 분당했고, 자유한국당은 탄핵을 반대하는 친박 세력과 일부 탄핵 찬성파 의원이 모여 당명을 바꾸면서도 보수의 색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보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만 갈라선 게 아니다. 대선 후보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새누리당 조원진, 통일한국당의 남재준 셋으로 갈려 또 다른 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 홍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했지만,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를 모색하려는 태도가 새누리당에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비쳤다. 물론 홍 후보는 정치는 순수성 그 자체와 거리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새누리당 조 후보의 경우는 어떠한가? 태극기 집회 사람들은 정치적 도의와 인간적인 신의 문제에 있어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유 후보보다 그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수층은 태극기 집회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하고 분열의 조짐을 보이게 한 것에 대해선 조 후보나 남 후보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많은 보수층 유권자는 아직도 적잖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홍 후보와 분열했을 때, 그들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더욱 더 회의적이다. 1997년 대선에서 보수가 이회창·이인제 후보의 분열로 패했고,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에는 보수 후보가 난립해 서울을 비롯한 10여 곳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만일 보수가 지금처럼 분열해서 패한다면, 조 후보는 물론 남 후보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감정적인 문제를 뛰어넘어 나라를 위해 보수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비록 패하더라도 나라를 위해 보여준 그들의 희생정신은 기억될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은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국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후보 개인의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분리주의자들은 대선에 패하더라도 정치적 지지 세력이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에 펼쳐질 정치 지형에서 유리한 고지(高地)를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층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분열하게 되면 대선과 더불어 밀어닥칠 권력의 쓰나미 앞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보수 후보들이 비록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가 보수적 정치 신념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공통분모로 삼아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보수 유권자들의 ‘지상명령(至上命令)’이다. 그들이 사욕(私慾)보다 국익을 위해 하나가 되어 좌파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절대다수의 보수층 유권자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희망을 가지고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국민도 충분한 준비 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대선을 치르길 원치 않는다. 민주주의 정당정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축의 프레임에서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한다는 사실을 국민은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