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교육혁신 이룰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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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진 서울대 교수·경제학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금 북한 핵과 청년 일자리 같은 안보와 경제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는 반면, 교육과 입시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게 과거 대선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입시 제도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줄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변화 추세가 사실이라면 그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 이후 감소 추세이고, 사교육 참여율도 2007∼2016년 사이 10%포인트 떨어졌으며,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영어·수학은 약간 줄어든 반면, 예체능은 20% 가까이나 늘었다. 또, 소득별로 보면 월 7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사교육비와 참여율은 증가한 반면, 그 이하 모든 소득계층은 감소세를 보였다. 사실상 원하면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명문 대학을 나와도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시 경쟁은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소수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게 됐고, 대다수 학생은 학교 교육에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의 기적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엄청난 교육열과 그에 따른 수준 높은 인재 양성이 있었다. 또한, 교육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유럽의 많은 나라가 한국의 교육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교육열이 지나친 입시 경쟁, 살인적인 학습 시간,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학벌주의의 폐단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고, 그것을 완화하기 위한 온갖 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교육열 때문에 그 모든 정책이 별무효과였던 게 사실이다. 이제 입시 경쟁이 완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어떤 교육정책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교육비 부담 주체가 문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총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웃돈다. 그러나 정부 부담에 비해 사적 부담 비율이 너무 높다. 이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공교육 부실화를 초래하고 그 때문에 사교육이 더 성행하게 된다. 또한, 저소득층은 교육 기회를 박탈당해 교육을 통한 신분 이동의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된다. 공교육비 비중을 대폭 늘려서 공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재원 마련이 문제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 먼저, 학생 수가 매년 10% 이상 줄어들고 있으므로 현재의 수준을 유지해도 매년 10%의 1인당 공교육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또,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자사고 등을 통해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자유화하고, 거기서 절약한 재원을 공교육 확충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주입식 교육과 점수 경쟁이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은 우리와 똑같이 주입식 교육과 시험 점수 경쟁을 하고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미국의 대입 시험은 우리나라의 수능처럼 선다형 문제로 돼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한류(韓流)가 세계를 석권하는 것을 보면 우리 교육이 창의성을 완전히 없앤 것 같지는 않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사고와 개성을 발휘하는 데서 나타난다. 삶의 목표가 다양하고 각자 자기 삶에서 개성을 추구하는 인생관이 확립될 때 창의성이 살아난다.

교육 관료가 획일적이고 일사불란하게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사가 먼저 자유롭게 사고하고 교육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양한 교과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 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먼저, 교사 자격을 사범대가 독점하는 현재의 교사 양성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창의성은 교육부의 관료제 아래서는 꽃피울 수가 없다. 음악·체육과 같이 교육부의 규제를 안 받는 분야에서 창의성이 마음껏 발휘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요컨대, 정부는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교육비 지출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한편, 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는 규제와 간섭을 줄여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