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개헌안 통과후 또 대규모 숙청

1120명 체포 내홍 격화
야권, 유럽인권재판소에
개헌안 무효 제소하기로

대통령제 개헌안 통과로 강력한 권력을 장악한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반대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재개했다. 터키 야권은 이에 맞서 개헌안 무효 문제를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하면서 개헌안 국민투표 이후 국내외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아나돌루 통신과 도이치벨레 등에 따르면 터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과 연계된 혐의로 1120명을 체포했다. 이날 경찰은 귈렌 연계 혐의자 4672명 중 이미 체포된 1448명을 제외한 3224명에 대한 검거작전을 벌여 이들을 붙잡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실패한 군부 쿠데타를 재미 이슬람학자인 귈렌이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터키 정부의 대거 검거작전과 관련해 “터키는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기준과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터키 정부는 쿠데타 연루 혐의로 현재까지 4만7000명을 구금하고, 12만 명을 직장에서 내쫓았다.

한편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은 이날 개헌 국민투표 무효 문제를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화인민당 등 야권은 지난 16일 개헌 국민투표에서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며 무효를 요구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와 국무위원회, 헌법재판소 등은 야권의 요구를 모두 각하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